취업사기 당해… 시리아로 팔려간 네팔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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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취업” 중개인 꾐에 빠져… 죽음의 땅서 지옥같은 가사노동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네팔의 갸누 레슈미 마가르 씨(25·여).

그는 “미국처럼 좋은 곳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가정집에 가정부로 취업했다. 시리아에 전쟁이 난 줄도, 그곳 사람 수백만 명이 전란을 피해 고국을 탈출하는 줄도 몰랐다. 시리아에서의 생활은 악몽에 가까웠다. 변변치 못한 식사에 하루 20시간 가까이 죽도록 일만 했다. 7개월 동안은 일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마가르 씨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간청했지만 집주인은 “6000달러를 주고 너를 사왔다. 그 돈을 갚기 전에는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가르 씨처럼 취업 중개인의 꾐에 빠져 시리아에 가정부로 팔려가는 네팔 여성이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네팔 여성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중동 부자 도시의 일자리를 소개받아 고국을 떠나지만 결국 다마스쿠스로 끌려와 지옥과 같은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마가르 씨는 우여곡절 끝에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과 연락이 닿았고, 네팔 외교부의 도움으로 1년 5개월 만에 탈출했다. 한 달에 160달러씩 받기로 했지만 일곱 달 치 봉급만 받았을 뿐이다. “밀린 봉급 얘기를 꺼냈을 때 집주인은 지갑에서 20달러를 꺼내 제게 던지며 침을 뱉었어요.”

수니타 마가르 씨(23)도 쿠웨이트에서 가정부로 일한다는 조건으로 약 650달러의 알선료까지 지불했지만 정작 그가 닿은 곳은 시리아였다. 그 역시 잠만 자고 1년 반 가까이 일만 하다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시리아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

네팔 외교 당국은 약 300명의 네팔 여성이 시리아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명가량이 간접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네팔 당국은 시리아와 사실상 외교 통로가 차단된 데다 네팔 여성들이 비공식 루트로 시리아에 입국한 까닭에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취업사기#시리아#중동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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