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2015년 미국에 온 무슬림 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5일 03시 00분


처음 받아본 산타의 선물

23일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미국 뉴저지 난민정착지원센터의 마무드 마무드 국장이 난민 어린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23일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미국 뉴저지 난민정착지원센터의 마무드 마무드 국장이 난민 어린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여러분, 학교 잘 다니고 있나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있나요?”

“예!”

“좋아요. 그럼 이 산타가 여러분 모두에게 선물을 2개씩 줄게요.”

23일 오후 2시 미국 뉴저지 주 저지시티 저널스퀘어플라자 빌딩 6층에 있는 난민정착지원센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난민 자녀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센터의 마무드 마무드 국장이 산타 복장을 하고 나타나자 선물 받을 생각에 마음이 들뜬 어린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마무드 국장은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옹기종기 앉아 있던 아이들 20여 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장난감과 학용품 선물을 나눠줬다. 이 난민 아이들에게 25일은 미국 땅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다.

올여름 미국에 왔다는 파키스탄 출신의 한 엄마는 아들(4)과 딸(1)이 선물 받는 모습을 지켜보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파키스탄에선 이런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이들에게 줘 본 적이 없다. 오늘은 너무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지나’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이란 출신의 한 엄마도 “이란에 있을 때도 크리스마스가 뭔지는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산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를 해본 적은 없다”며 즐거워했다. 마무드 국장은 “난민 지원 재단 등에서 후원받은 선물을 아이들의 성별과 나이에 맞춰 준비했다”며 “미국에선 내가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에 상관없이 다른 종교의 축제를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주목을 받은 아이는 시리아에서 온 위삼 군(7)이었다. 위삼은 센터 관계자가 칠판에 예쁘게 적어놓은 ‘Happy Holiday(행복한 휴일)’란 글자를 손으로 지워버리고, 다른 어린이들이 선물 받는 것을 심술궂게 방해했다. 이를 지켜보던 아빠 후삼 알 루스톰 씨(36)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저항했다.

얼핏 보기엔 산타에게서 선물을 받기 힘든 ‘못된 아이’처럼 생각됐다. 하지만 아빠 루스톰 씨는 “아들에게 자폐 증세가 있다. 시리아에선 치료를 못 받았지만 6월 미국에 온 뒤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 아들이 종종 저런 모습을 보이지만 학교를 잘 다닌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무슬림#난민#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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