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출산율 높아… 美백인들 ‘이슬람 포비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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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反이슬람 정서 배경엔… 평균 나이 다른 종교보다 5세 젊어
2050년 인구비중 유대계 추월… 무슬림 호감도 40점… 英-佛보다 낮아
“광신적” “폭력적” 부정적 인식 많아

최근 확산되는 미국의 반(反)이슬람 정서는 미국 내 무슬림 인구 급증에 따른 백인 기독교 주류층의 우려와 경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1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57%가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반대한다고 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반대(39%)와 찬성(38%)이 엇비슷했다. 그만큼 미국 내 반이슬람 분위기가 강한 것.

이 같은 ‘이슬람 포비아(공포)’는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이 벌인 파리, 캘리포니아 연쇄 테러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12일 동아일보가 퓨리서치센터의 ‘미국 내 무슬림 사회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국 내 무슬림의 인구 사회적 특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2050년 유대계 추월할 듯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50년 전 세계 인구는 35%가 늘어나는데 종교 기준으로 무슬림 인구는 이 기간 중 두 배가 넘는 73%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교 인구 증가율 예상치는 35%. 퓨리서치센터 마이클 리파 연구위원은 “21세기 말에는 무슬림 인구가 기독교 인구를 추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추세는 미국 인구에도 엇비슷하게 적용된다. 2014년 말 현재 무슬림은 미국 전체 성인 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2050년에는 두 배인 2.1%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는 미국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유대계(현재 1.9%)보다 많은 것으로, 기독교(71%)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종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인들의 무슬림에 대한 호감도는 유럽 주요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 현재 백인 등 미국인들의 무슬림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40점이었다. 영국의 무슬림 호감도는 72점, 프랑스는 76점이었다. 또 ‘무슬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광신적이다(58%) △솔직하다(51%) △폭력적이다(50%) 등 부정적 답이 많았다. 무슬림도 미국인들에 대해 △이기적이다(68%) △폭력적이다(66%) △욕심 많다(64%) 등 좋지 않은 시선이 압도적이었다.

미국 내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중동,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의 이민이 늘어난 게 중요한 이유다. 이민자 중 미국 영주권을 획득한 무슬림은 1992년에는 이민자 전체의 5%였는데 2012년에는 10%로 두 배 늘어났다.

○ 민주당 성향의 무슬림, 대선 주요 변수

향후 인구와 관련해 더 주목할 것은 무슬림의 높은 출산율이다. 미국 백인 사회는 물론이고 서방세계 전반이 저출산으로 인구 정체 또는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무슬림 사회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전히 다산을 권장한다. 12월 현재 전 세계 여성 1명의 평균 출산율은 2.3명인데 무슬림 여성은 3.1명. 미국도 평균 출산율은 2.0명인데 무슬림은 2.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내 무슬림 인구는 상대적으로 젊어 추후에 출산 가능 인구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무슬림의 평균 나이는 23세로 기독교, 불교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인구보다 최대 5세 이상 젊다는 게 퓨리서치의 분석이다.

이렇게 급증하는 미국 내 무슬림은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어 내년 대선에서 히스패닉과 함께 주요 인종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퓨리서치가 무슬림 이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와 공동 실시한 11월 조사에서 조사 대상 무슬림의 70%는 민주당을 지지했고, 공화당은 11%에 그쳤다. CAIR 브라힘 후퍼 대변인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발언 후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던 무슬림들의 대선 참여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CAIR 차원에서도 투표 독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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