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송년파티중 총기난사 14명 숨져… 용의자는 무슬림 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방탄조끼 입은 무장괴한 2명 LA인근 재활센터 행사장 총격
경찰, 추격전 끝에 2명 사살… 용의자, 2015년초 사우디 여행 다녀와
보복 범행-IS 관련여부 조사중

용의자 파루크
용의자 파루크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장애인 복지재활시설에서 2일 20대 아랍계 남성이 포함된 남녀 2명이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나흘 전 콜로라도 병원에 이어 또다시 대형 총기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의 총기 규제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기 사건이 교회 학교 극장 병원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을 보여 미국 사회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다만, 범인이 함께 일했던 동료 상당수를 살해한 것이어서 계획적인 테러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건은 이날 오전 11시경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약 95km 떨어진 인구 21만4000여 명의 샌버나디노 시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 회의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들이 장소를 빌려 연말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이때 복면을 쓴 채 검은색 방탄조끼를 입고 AK-47 자동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2명이 들어와 총을 난사했다. 이후 범인들은 건물 밖에 주차해둔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자신들이 살던 인근 레들랜즈 지역의 아파트로 갔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20여 명이 추적해 오자 총격전까지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범인 2명이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사건 발생 5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에서 남성 1명을 추가로 체포해 혐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범인은 파키스탄계 시민권자인 사이드 파루크(28). 5년 전부터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건국에서 환경보건 전문가로 근무해왔다. 함께 사망한 여성 타슈핀 말리크(27)는 그의 부인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파루크는 올봄 사우디아라비아로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으며 이때 온라인에서 만난 부인을 데려왔다고 동료들은 증언했다. 한 직장 동료는 “그에게서 광신도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테러와 관련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범행 당일 아침 자신의 아기를 가족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격자는 “사건 당일 파루크가 행사장에서 다른 참석자와 말싸움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가 30분 뒤 무장한 채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목격자는 “파루크가 행사 내내 조용히 있다가 단체사진을 찍기 전에 사라졌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남녀가 함께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00∼2013년 발생한 총격 사건 160건 중 2명 이상의 범인이 저지른 사건은 2건, 범인이 여성인 사건은 6건에 불과하다며 “남녀가 함께 가담한 총기 난사 사건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불화로 일어난 보복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보디치 미 연방수사국(FBI) 로스앤젤레스지국 부지국장은 “직장 내 폭력 사건일 가능성과 테러 사건일 가능성이 반반”이라며 “테러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루크의 처남이라고 밝힌 파르한 칸은 이날 저녁 이슬람단체 주선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과 이슬람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신앙심이 깊은 무슬림이었기 때문에 이슬람 급진주의에 동조한 범행이었을 가능성도 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샌버나디노 지역에는 범인들이 범행 장소와 아파트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샌버나디노는 한인 밀집 지역이지만 아직까지 한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12월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사상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학교 병원 극장 장애인시설 등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이른바 ‘소프트 타깃’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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