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의 생존경쟁, 아마존 정글 같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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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85시간 일하고… 휴가중에도 회사일… 동료 근무태만 고자질…
NYT, 적자생존 기업문화 보도
채용광고 “우리에게 중간은 없다”… 경쟁 이기고 성과낸 직원만 인정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최고급 체력 단련장, 자유로운 근무환경’ 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서 직원들이 끊임없는 성과 측정과 살벌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총 4개 면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NYT는 이 회사를 떠난 전직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직원들은) 1994년 회사를 세운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의 끝없는 야심을 성취시키는 기계들 같다”고 전했다. 훌륭한 아마조니언(Amazonian·아마존닷컴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은 쉼 없이 일하는 ‘아마봇(Amabot·Amazon+Robot)’이 된다고 했다. 회사의 채용 광고조차도 “당신은 이 회사에 잘 맞거나, 아니면 전혀 아닐 것이다. 이 회사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싫어할 것이다. 아마존닷컴에 (어중간한) 중간은 없다”고 밝힌다. 전직 인사 담당 간부는 이런 회사 방침을 “의도된 다위니즘(적자 생존주의)”이라고 명명했다.

NYT는 “아마존닷컴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지 실험하는 회사 같다”며 “임직원의 모든 것을 회사를 위해 쏟게 만드는 시스템이 회사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2500억 달러·약 294조 원)은 지난달 미국 대표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추월했고, 베저스 CEO는 세계 5위 부자에 올랐다.

베저스 CEO의 말에 따르면 구글 페이스북 MS 등은 ‘회사가 임직원의 모든 걸 돌봐준다’는 개념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공짜 식사 등을 제공하지만 아마존닷컴은 ‘경쟁을 이겨내고 확실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만 보상(주식 등)을 준다. 전직 직원인 보 올슨 씨는 “대부분의 직원이 (혹독한 근로조건 때문에) 회사 책상에서 운 적이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NYT는 △다른 회사 근로시간(주 40시간)의 2배가 넘는 주 85시간을 일하고 휴가를 써본 적이 없는 직원 △휴가 기간에도 커피숍에서 하루 종일 회사 일만 하다가 돌아온 직원 △큰 수술을 받고 직장에 복귀했더니 상사로부터 ‘그동안 업무 성과가 없어서 당신은 해고 위기’라는 통보를 받은 직원 △동료의 근무 태만 등을 그 상사에게 ‘고자질’할 수 있는 상호감시 시스템 때문에 상처받고 회사를 그만둔 직원 등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채용 담당 최고책임자인 수전 하커 씨는 “경쟁적 분위기는 하위직 직원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도 낮은 직급의 기술자가 낸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회사의 허락 아래 NYT와 인터뷰한 일부 직원은 “스스로 ‘이건 나의 한계야’라고 여겼던 일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회사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아마존닷컴#생존경쟁#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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