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풍에 긴장한 힐러리 캠프, 긴급 전화대책회의
“중산층 경제활성화는 힐러리 정책… 사회적 네트워크 통해 적극 홍보를”
“강력한 힐러리 이슈 만들어달라”… 지지자들, 트럼프에 맞설 대책 주문
“유령(ghost) 같은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이렇게 전화할 시간도 없지만 최근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논의하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11일 오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선거캠프의 선대본부장(campaign manager) 로비 무크(36·사진)의 목소리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클린턴 전 장관의 4월 출마 선언 후 선거 전략을 실무 지휘하는 그는 이날 처음 ‘Team 16’(2016년 대선준비팀)으로 불리는 지지자 모임과 비공개 전화대책회의(콘퍼런스콜)를 마련했다. 그만큼 트럼프 돌풍 후 ‘힐러리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의 젊은 비밀병기’로 불리는 선거 전략가인 그는 미 전역에서 전화로 동시에 연결된 지지자 수천 명에게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며 총결집을 당부했다. 기자는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의 도움으로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받아야만 연결되는 전화대책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다.
그는 6일 열린 공화당 TV 토론회를 거론하며 “그날 공화당 후보들이 보여준 지지부진한 모습이 공화당의 현재인데 트럼프 돌풍이 워낙 심해 판세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힐러리만의 특징을 각 지역 지지자들이 밑바닥에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의 특별 요청이라며 “공화당이 요즘 말하는 중산층 경제 활성화는 원래 민주당, 특히 힐러리의 정책이다. 공화당 정책은 구닥다리(out of date)다. 지지자 여러분의 사회적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해 이 사실을 적극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이유 중 하나가 ‘오바마 바람’에 휘말려 각 지역의 풀뿌리 조직을 제대로 결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크 씨가 이날 전화회의에서 유독 “내년 대선은 풀뿌리 조직에 달렸다”고 여러 번 강조한 것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 지지자들은 “트럼프 돌풍 때문에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트럼프 이야기만 한다”며 강력한 ‘힐러리 이슈’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에 사는 제니퍼 크룬 씨는 “트럼프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데 우리도 보다 강력한 어젠다가 있어야 주변에 홍보할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묻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힐러리 진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비공개 전화회의’까지 기획한 것을 볼 때 조만간 반격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년 1월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려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아이오와 주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힐러리 진영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10일 공개한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선 44% 대 40%로 간신히 이겼고,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의 대결에선 43% 대 44%로 오차범위 내에서 졌다. 트럼프와는 43% 대 40%로 간발의 차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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