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맨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공화당 대선주자들 첫 TV 공개토론
“당신도 내 돈 받았잖아” 경쟁후보에 거침없는 발언

도널드 트럼프 돌풍은 ‘거품’이 아니었다.

2016년 미국 대선 초기 지형을 가늠할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주자 TV 토론회가 6일 오후(현지 시간) 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내 농구경기장인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렸다. 트럼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17명의 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 상위 10명만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인공은 단연 트럼프였다. 토론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으면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젠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작부터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트럼프에 맞춰졌지만, 그는 예봉을 요리조리 피하며 미 전역에 생중계된 토론회를 즐겼다. 여론조사 1위로 무대 정중앙에 선 트럼프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후보는 손을 들라”는 진행자의 첫 질문에 유일하게 손을 들었다. 객석에서 환호와 야유가 터졌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내가 아닌 다른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경선 결과 승복) 약속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선 패배 시 제3당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트럼프는 자신이 주도한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에 비유했던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이를 언급하기 전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문제”라며 “미국의 어리석은 정치인들이 불법 이민 문제를 잘 다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이 큰 목소리로 “당신은 그동안 정치인을 매수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당신한테도 많은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폭로하기도 했다.

2, 3위 주자인 부시 전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히스패닉 불법 이민에 대해 “그들은 불법 이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옹호했지만 반응은 밋밋했다.

미 현지 언론은 트럼프 돌풍이 더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이미 앞서 나가는 트럼프가 첫 TV 토론에서 폭발적인 토론을 했다. 트럼프의 ‘리얼리티쇼’가 굉음을 울렸다”고 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처음부터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졌는데 트럼프가 물러서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원맨쇼’에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토론회 도중 긴급 이메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는 더이상 의미 없는 토론회를 보지 않겠다”며 ‘시청 중단’을 선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공화당#토론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