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냐 킬러냐”… 美 ‘네이비실 6팀’ 대원들 정체성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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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戰이후 요인 암살 임무 치중
민간인 살상 논란에 자부심 상처… 과도한 작전에 전사자도 급증

육군의 그린베레와 레인저, 해군의 네이비실, 공군의 특전비행단, 해병대의 포스리콘…. 미국의 특수부대들이다. 이들 부대는 원래 육해공군 및 해병대 산하의 별도 조직이었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특수전사령부(SOCOM·소콤)라는 하나의 기관 아래 통합됐다. 소콤은 예산도 국방예산과 별도로 의회에서 배정받는데 지난 14년간 활동 영역이 늘어나면서 예산과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소콤의 예산이 22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산하 병력은 3만3000명에서 7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특수부대 중에서도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암살 작전을 수행한 최정예 ‘네이비실 6팀’에 초점을 맞춰 그 문제점을 심층 보도했다. 과도한 작전 수행과 그 과정에서의 무차별 살상 논란으로 부대원의 자부심이 흔들리고 있으며 주요 임무가 요인 추적과 암살에 치중되면서 ‘병사냐 스파이냐’라는 정체성 혼란까지 겪고 있다는 것이다.

1962년 창설된 네이비실은 해군 산하 특수부대임에도 바다 하늘 땅을 가리지 않고 전투 수행이 가능하다. 베트남전(1965∼75년)과 그레나다 침공(1983년), 파나마 침공(1989년), 걸프전(1991년)에서 맹활약했다. 현재 팀당 300여 명의 대원으로 구성된 10개 안팎의 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으로 역대 미국 최고의 저격수로 꼽히는 크리스 카일은 3팀 소속이었다.

NYT가 보도한 ‘데브그루(DEVGRU·Develop―ment Group의 약어)’라는 별칭을 지닌 6팀은 육군의 델타포스(특전단 제1분견대)와 더불어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로 분류된다. 두 부대는 표면적으론 소콤에 속해 있지만 백악관과 국방장관의 직접 지휘를 받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의 양 날개를 맡고 있다. 그만큼 정체나 임무가 베일에 싸여 있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질 구출 작전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작전을 주로 수행해 왔다. 그런데 6팀의 임무가 2002년 이후 암살 작전 위주로 재편되면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살상 논란과 정체성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6팀의 당초 임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고위 인사 제거였다. 하지만 이들이 대거 파키스탄으로 숨어들어 미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이들을 추적하는 ‘오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최정예 군인’이 ‘인간 사냥꾼’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2006∼2008년에는 하룻밤 출격에 15∼25명씩 사살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6팀의 공격 대상에 민간인이 뒤섞이게 됐다. 6팀은 주로 적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훈련만 받기에 민간인을 가려내 차별화된 공격을 가하기 어렵다. 실제 2011년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납치된 요트 구출 작전에 투입된 요원 한 명이 해적 1명을 죽이면서 낸 칼자국은 무려 91군데나 됐다고 한다.

현재 300명의 대원과 이를 지원하는 1500명의 민간요원으로 이뤄진 6팀의 업무가 점점 과중해지면서 전사자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라고 NYT는 지적했다. 2011년 8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역대 최다인 17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을 포함해 지난 14년간 6팀의 전사자는 30여 명에 이른다. 전통적으로 군기가 강한 델타포스에 비해 자유분방한 네이비실의 조직문화도 부작용을 일으켰다. 빈라덴 암살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들이 전역 후 비밀 엄수 서약을 깨고 이를 경쟁적으로 폭로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도 그 후유증이란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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