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 두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호주 시드니 카페 인질범 만 하론 모니스(50)가 고국 이란에서 수배를 받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란 정부는 14년 전 모니스를 본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호주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17일 영국 BBC와 호주 ABC 등 외신은 이란 경찰수장 젠 이스마일 아마디 모가담의 발언을 인용해 사기혐의로 수배를 받던 모니스가 1990년대 후반 말레이시아를 거쳐 호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란에서 ‘만테끼’라는 이름을 썼던 모니스는 1996년 여행사를 운영하다가 사기 혐의로 지명 수배를 받고 말레이시아로 도망쳤다”라며 “이후 가짜 이름으로 호주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 정부에 모니스의 본국 송환을 요구했으나, 호주 측이 양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가 모니스를 이란으로 보냈더라면 인질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1996년 호주에 온 모니스는 2001년 호주 정부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인정받았다.
중동 매체 알 모니터는 호주로 건너 간 모니스는 자신을 진보주의자로 포장했고, 여기에 호주 언론도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호주 라디오 방송이 ‘이슬람 성직자가 이슬람의 자유주의를 옹호했다’며 모니스를 소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호주에 자리 잡은 모니스는 이슬람교 사회와 조직의 지도자인 ‘셰이크’를 자칭했다. 2008년에는 전사한 해외 파병 호주 군인들의 가족에게 ‘증오편지’를 보내 유죄 판결을 받는가 하면, 2013년 전처의 살인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현재 40여 건의 성범죄에도 연루돼 재판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잃을 게 없었던 탓일까. 모니스는 지난 15일부터 호주 시드니의 금융 중심가인 마틴플레이스의 한 카페에 무장한 채로 침입해 16시간 동안 손님과 종업원 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됐다. 사망자는 2명이다. 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34)은 인질범이 잠든 사이 총을 빼앗으려다 총에 맞아 숨졌다. 다른 희생자인 여성 변호사 카트리나 도슨(38)은 임신한 직장 동료를 보호하려다 사망했다. 한국계 여대생 배모 씨는 인질극 초기 탈출에 성공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어떻게 이런 미치광이가 거리에서 활개를 쳤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호주 경찰은 모니스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깃발을 카페로 가져다줄 것을 요구하고, 애벗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인질극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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