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백인-흑인 똑같이 대하는가?” 美국민에게 물었더니…
“차별없다” 백인-흑인 대답 35%P差… 1995년 조사 이후 큰 변화 없어
경찰 총에 10대들이 맞을 확률… 흑인이 백인보다 21배나 높아
“어머니는 절대로 신분증 없이 집을 나서지 못하게 했다. 손에 무언가를 쥔 채 뛰지도 말라고 했다. 무언가를 훔쳤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옥에 가거나 더 심한 꼴을 당할 빌미를 주지 않도록 경찰에게 말대꾸도 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도 달리기를 하러 나가더라도 운전면허증과 동료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워싱턴포스트의 명함을 꼭 들고 나간다.”
2009년 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흑인 기자가 올해 8월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숨진 뒤 쓴 글의 일부분이다. 경찰에 대한 흑인의 ‘신뢰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브라운을 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을 지난달 24일 기소하지 않기로 한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결정에 ‘인종차별 철폐’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의 배경에는 경찰을 바라보는 백인과 흑인의 오랜 인식 차가 자리 잡고 있다.
1995년 10월 미국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찰이 백인과 흑인을 차별 없이 다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차별 없이 다루고 있다”고 대답한 백인의 비율은 62%를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대답을 한 흑인의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이 차이는 19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07∼2014년 실시한 3차례의 설문조사에서 “차별 없이 다루고 있다”고 대답한 백인과 흑인의 비율 차는 38%포인트, 31%포인트, 35%포인트로 좁혀지지 않고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경찰에 대한 흑백 간 인식 차는 가장 오래 지속되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감정에만 기초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 10월 미국 독립언론 프로퍼플리카가 2010∼2012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보고된 경찰 총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분석한 결과 10대 흑인 남성이 경찰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은 같은 연령대의 백인 남성보다 2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그들만의 리그’도 흑백통합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지난해 실시한 ‘미국인의 가치 조사’에서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깨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6개월 동안 당신에게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했던 사람을 7명까지 꼽아 달라”는 설문에 백인 응답자가 제시한 사람의 91%가 백인이었다. 흑인은 1%에 불과했다. 심지어 백인 응답자 중 75%는 중요한 문제들을 함께 논의한 사람이 모두 백인이었다. 반면 흑인 응답자는 같은 흑인이 83%, 백인은 8%였다.
퍼거슨 사태 후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은 “백인들은 흑인 부모가 어떻게 자녀들을 가르치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지 않다”며 “백인들이 퍼거슨 사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현재 사회적 관계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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