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2세 흑인 소년… 장난감 총 들고있다 美경찰 총격에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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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대배심 기소여부와 맞물려… 흑인사회 중심 인종문제 이슈화

경찰 총격에 숨진 12세 흑인 소년(왼쪽 사진)과 그가 들고 있었던 장난감 총.
경찰 총격에 숨진 12세 흑인 소년(왼쪽 사진)과 그가 들고 있었던 장난감 총.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 10대를 사살한 사건에 대한 대배심의 기소 여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장난감 총을 들고 있던 12세 흑인 소년이 경찰의 오인 사격으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인종 문제가 미 흑인사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경찰은 22일 클리블랜드의 한 공원에서 ‘누가 총을 들고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해 비비탄총을 만지던 터미어 라이스 군(12)에게 두 차례 총을 쐈다. 라이스 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3일 숨졌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이 소년이 ‘손을 들라’는 경찰의 명령을 듣지 않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 총을 잡자 경찰이 총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개된 911 신고 전화 기록에는 “총으로 사람들을 겨냥하며 겁주는 사람은 청소년인 것 같고 그 총은 아마도 ‘가짜 총’인 것 같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가짜 총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지 못했고 소년이 들고 있던 총에는 (장난감 총을 알리는) 오렌지색 안전표지가 붙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이스 군은 당시 친구 및 가족과 함께 공원에 놀러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군의 변호인은 “어떻게 아무 죄 없는 12세 소년이 공원에서 놀다가 (경찰에게) 살해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일에도 뉴욕 브루클린의 저소득층 주택단지 내부를 순찰하던 신입 경찰 피터 량(27)이 어두컴컴한 계단에서 권총을 발사해 흑인 아케이 걸리 씨(28)가 숨졌다. 시위대 200여 명은 22일 사건 현장부터 경찰서까지 평화행진을 벌이며 “경찰은 우발적인 사고라고 하지만 우린 믿을 수 없다. 완벽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퍼거슨 시에서는 마이클 브라운 군(18)을 사살한 대런 윌슨 경관(28)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이 24일 소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시 전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자신의 경험을 봐도 미국 내 인종 문제는 계속 개선돼 왔다”며 “(미국 사회가) 퍼거슨 대배심 결정 이후에도 차분한 대응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당부는 흑백 갈등에 따른 대규모 소요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설명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흑인#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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