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反부패 칼날에, ‘고급 월병’ 자취 감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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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저가 상품만 진열

중국에서 추석 때면 호화 뇌물 논란이 벌어졌던 고급 월병(月餠·밀가루 팥빵) 선물이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반부패 사정(司正) 때문이다.

25일 신징(新京)보에 따르면 추석이 불과 2주도 남지 않았지만 월병 제조업체들이 단체 주문을 받지 못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저우녠린(朱念琳) 제빵제과협회 이사장은 “지난해에 정부가 추석과 국경절 때 공금으로 선물을 사는 것을 금지해 월병 매출이 전년 대비 25% 줄었는데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도 못 미칠 것 같다”고 밝혔다.

월병은 중국에서 추석 때 지인들끼리 주고받는 대표적인 선물이다. 문제는 월병을 황금으로 만들거나 선물세트 아래에 아파트 입주권을 깔아 놓는 등 뇌물로 변질한 것. 정부 부처나 국유기업 등은 자체 예산으로 초호화 월병을 한꺼번에 구입해 상급 기관에 돌리곤 했다. 해마다 수십만 위안(수천만 원)짜리 월병이 등장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공금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으며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10일 홈페이지에 ‘공금을 이용한 월병 선물’ 제보 코너까지 개설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급 식당인 취안취더(全聚德)에서는 전체 월병 상품 중 절반을 100∼200위안(1만6600∼3만3000원)짜리로 배치했다. 제일 싼 선물세트도 지난해 98위안에서 올해 49위안으로 값을 낮췄다. 대형마트인 카르푸 매장에서는 200위안대 월병이 주종을 이루고 500위안짜리 이상은 보기 어렵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월병#추석#반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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