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외조부 뒤따르는 아베, 다음은 개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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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기시 前총리 개헌-영토회복 遺志… 외손자가 전후체제 탈퇴 총력

“집단적 자위권 다음에는 ‘개헌’이다.”

일본 정계에서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헌법 해석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통과시켰고 그 다음에는 일본 보수주의자들의 염원인 개헌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세운 슬로건은 ‘강한 일본을 되찾자’였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방위 예산을 11년 만에 처음으로 늘렸다. 지난해 12월 자위대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방위대강을 마련한 데 이어 무기수출 금지원칙을 47년 만에 바꾼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올 4월에 통과시켰다. 그리고 1일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이전 민주당 정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척 속도가 빠르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에 그치지 않고 평화헌법의 마지막 안전장치도 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도 “나라의 골격(헌법)을 일본 국민 스스로의 손으로 백지부터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진짜 독립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헌법 개정 의지를 드러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일방적으로 강요당한 헌정 질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전쟁을 벌이는 국가가 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책들은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기시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되기도 했지만 1960년 국민의 극심한 반발 속에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아베 총리는 1일 기자회견에서도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때도 ‘전쟁에 말려든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미일동맹은 일본 평화에 크게 공헌했다”며 기시의 업적을 칭송했다.

기시 전 총리가 생전에 숙제로 남겨놓은 헌법 개정과 북방영토(쿠릴 4개 섬의 일본식 이름)의 ‘회복’ 등 두 가지는 아베 총리가 총력을 다해 집중하는 사안들이다.

아베 총리는 정권 초기에 특히 헌법 개정 절차를 정한 헌법 96조를 우선적으로 손대고자 했다. 하지만 국민적 반대가 심해 잠시 뒤로 미뤄놨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아베#집단적 자위권#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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