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언덕 넘고 구덩이 건너 正道 걸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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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 “전쟁 절대 불허 북-미간 불신 심각… 6자 재개해야”
日겨냥 “역사-영토문제 타협 없다”

“한반도에서 시종일관하는 우리의 레드라인은 절대로 동란이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 및 이 지역 각국 공통 이익에도 완전히 부합한다.” “전쟁은 재난만을 초래할 뿐이다.”

왕이(王毅·사진) 중국 외교부장이 8일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이례적으로 ‘전쟁’이라는 용어를 두 차례 사용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만이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언덕을 넘고(爬坡·비핵화) 구덩이를 건너(過坎·신뢰 회복) 정도를 걸어가는(走正道·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호 신뢰 부족 문제 중 북-미 간 불신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이러한 불신이 한반도 정세의 지속적인 긴장과 6자회담 중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대해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를 희망한다”며 “안 하기보다는 하는 것, 늦는 것보다는 빠른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한 중국의 판단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왕 부장은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전망에 대해서 “양국 관계는 중요하면서도 복잡하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올해로 수교 35년을 맞은 양국은 ‘합작과 협력 필요성이 갈등보다 크다”며 “앞으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설정의 3가지 핵심은 ‘불충돌, 상호존중, 상호윈윈’ 3가지로 아시아가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일전쟁 이후 최악의 관계에 빠진 중일 관계에 대해 왕 부장은 “일본 지도자들이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의 정신을 위반하고 중일 관계의 기초를 훼손했다”며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는 어떠한 타협의 여지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의 중일 관계를 제1차 세계대전 전 영국과 독일의 관계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2014년은 1914년도, 더욱이 (청일전쟁이 일어난) 1894년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차대전 이전의 독일보다 2차대전 이후의 독일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현재의 갈등 국면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자 양국 인민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며 일본 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호와 포용 정책을 외교 이념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 것이 아니면 한 치도 요구하지 않겠지만 우리 것이라면 한 뼘의 땅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시작된 왕 부장의 기자회견은 중국인(대만인 1명 포함)이 154명이나 탑승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 때문에 일정보다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의 왕 부장 회견 생방송도 사고 속보 보도로 몇 차례 중단되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왕이 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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