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 채용비리 의혹 새국면, 통역사로 데리고 나간 친구딸
인턴 거쳐 본사 정식직원 채용돼… JP모건은 中보험사와 계약 성공
중국 보험감독 당국의 수장이 미국 최대 상업은행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친구의 딸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업을 미끼로 중국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JP모건의 채용비리 의혹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중국 고위층 자제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JP모건이 연방수사 당국에 제출한 비밀 e메일 등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e메일과 각종 수사당국의 조사 인터뷰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겸 회장은 2012년 6월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샹쥔보(項俊波)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면담했다. 당시 샹 주석은 면담이 끝날 즈음 대동한 여성 통역사를 소개하며 “아주 가까운 친구의 딸이며 JP모건에 취업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친구의 딸을 취업시키면 얻게 될 혜택을 강조했으며 통역사는 자신을 언급하는 내용을 통역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JP모건은 중국 보험회사들로부터 상당한 이권이 걸린 사업을 따내려고 혈안이 돼 있었으며 5월부터 친구의 부탁을 받고 청탁을 준비 중이었던 샹 주석은 다이먼 회장과의 면담을 JP모건을 휘어잡을 더없는 기회로 여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면담을 수사당국에 밝힌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당초 이 만남에 젊은 여성 지원자가 함께 올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이먼 회장은 취업 청탁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사전에 이 면담을 알고 있었던 JP모건 홍콩법인 관계자는 면담 직후 다이먼 회장에게 이 비밀 e메일을 보내 “우리는 중국의 보험회사와 중요한 계약 성사를 추진 중”이라며 보험 영역 거물과의 특별한 커넥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후 JP모건은 특별히 없던 인턴 자리를 만들어 문제의 여성 취업 지원자를 맨해튼 본사 보험 분야 담당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대를 나온 이 여성 지원자는 현재 JP모건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지프 에반젤리스티 JP모건 대변인은 NYT 인터뷰에서 “회장은 채용 결정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채용 이후 JP모건은 중국 보험회사와 최소 4건의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최근 JP모건이 미 증권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홍콩의 최상위 5개 보험회사가 JP모건의 고객이 됐다.
이번에 NYT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JP모건은 보험감독 당국뿐만 아니라 국영기업을 넘어 민간기업의 최고위층 자녀까지 채용해 중국 사업을 확대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워싱턴에서 JP모건 변호인이 SEC 및 미 법무부 연방검찰 조사 당국자를 면담한 자리에서 다이먼 회장은 당장 조사 대상자에 오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홍콩법인의 임직원들이 이 같은 채용 비리에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실제 샹 주석이 친구의 딸을 JP모건체이스에 취업 청탁하려고 할 때 당사자를 통역사인 것처럼 해서 다이먼 회장과의 면담에 함께 데리고 가라고 조언했다.
미 법무부 등은 현재 월가 대형회사들의 채용비리 의혹을 씨티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모건스탠리 UBS 등 최소 6곳으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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