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자업계 또 휘청… 아베노믹스에 찬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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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 혁신 제품 없어 엔低 효과 못봐
‘日 기술의 대명사’ 끝모를 추락

일본 가전기업의 대표 주자인 소니의 신용등급 강등은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강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31일 소니가 “2분기(7∼9월) 순손실이 193억 엔(약 20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5% 늘었다”고 밝히자 다음 날 도쿄(東京)증시에서 소니 주가는 12% 급락해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당시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소니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바 있다.

무제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아베노믹스’ 덕분에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 기업에도 날개를 달아줬지만 소니는 그 과실을 제대로 따먹지 못했다. 소니의 주력 분야인 TV, PC, 생활가전은 한국, 중국 기업의 경쟁력에 뒤처졌다.

급기야 무디스가 27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등에서 소니의 수익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소니의 주력 사업 분야인 가전과 엔터테인먼트의 상호 시너지 효과도 약해 당분간 실적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의 추락은 단순한 전자기업의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워크맨’을 선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소니는 일본의 기술과 혁신의 대명사였다. 이 때문에 소니의 실적 악화와 함께 일본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4일 열린 정기국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는 아베노믹스의 온기가 전국 방방곡곡에 퍼지도록 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소니가 휘청거리는 데 이어 대형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2년 내 5400명 추가 감원을 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는 서민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발전용 원료 수입단가가 오르자 연쇄적으로 전기와 가스요금이 뛰고 있는 것. 여기에 올해 4월 소비세(부가가치세)가 5%에서 8%로 오르면 서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진다. 수요가 줄면 기업의 실적도 악화될 수밖에 없고 ‘아베노믹스’ 자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한편 소니의 추락이 다음 달 9일 실시되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감이 퍼지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지지하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으로 향할 표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현재 일본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스조에 후보가 1위를 달리고 그 뒤를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이 뒤따르고 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배극인 특파원
#소니#아베노믹스#일본#전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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