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정치도 골치 ‘다섯 쌍둥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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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급락-금융시장 불안에 선거정국 안갯속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12월 18일 ‘매입 채권 월 100억 달러 축소’를 핵심으로 한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한 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주요 신흥국의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양적완화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취약 5개국(fragile five)’으로 지목했던 국가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5개국의 경제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이들 국가가 올해 모두 총선이나 대선을 치르고 몇몇 국가에서는 정권 교체도 유력해 정치 불안까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은 이들 5개국의 ‘정경(政經) 불안’이 올해 세계경제 기상도를 좌우할 중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 5개국은 복지 체제 미비, 극심한 빈부 격차, 경기침체, 경상적자 급증, 외환보유액 부족, 외국 투자 자본 유출 등의 공통점을 지녀 국민 불만이 높다.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여 세계 금융위기 이후 몰렸던 투자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급속하게 빠져나갈 조짐을 보여 거품 붕괴 등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3월 총선과 8월 대선을 앞둔 터키는 2003년부터 11년째 집권 중인 ‘현대판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60)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의 장기 집권 및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 회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3선 총리여서 헌법상 총리직에 재도전할 수 없는 그는 사상 처음 직선제로 치러지는 8월 대선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총리가 있는 터키의 대통령은 명목상 국가수반이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상왕 정치’를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권자가 약 8억 명에 이르는 인도는 5월에 총선을 치른다. 한때 10%대의 성장률로 중국 못지않은 고도성장을 했지만 지난해 2, 3분기에는 성장률이 각각 4%대로 뚝 떨어졌다. 주요 외신은 만모한 싱 총리와 간디 가문이 이끄는 집권 국민회의당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승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남아공은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 이후 사회 불안이 심각하다. 선거법상 6월 말까지 반드시 총선을 치러야 하지만 아직 총선 날짜도 잡지 못했다. 극심한 흑백 빈부 격차, 높은 실업률, 경기침체 등으로 현 국민의회당(ANC)에 대한 지지는 약해졌지만 대체 세력도 뚜렷하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7월 9일 대선을 치른다. 차기 대선후보로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의 출마설도 나온다.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루피아 가치 하락, 외자 유출, 주가 하락의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10월 5일 대선을 실시하는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그의 국내외 입지가 탄탄하긴 하지만 역시 높은 물가, 사회복지 미흡 등의 과제가 산적해 험난한 집권 2기가 예상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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