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콜레라, 평화유지군이 전염시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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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단체, 유엔에 보상요구 소송 “사망자 8000명… 네팔군 통해 퍼져”

“평화유지군인가, 죽음의 사자인가.”

‘유엔평화유지군의 역설’이 카리브 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했다. 아이티의 콜레라 피해자들이 3년 전부터 아이티에 창궐한 콜레라는 유엔평화유지군 때문이라며 유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콜레라 희생자들을 대표하는 ‘아이티 정의·민주주의협회(IJDH)’는 9일 2010년 유엔평화유지군에 합류한 네팔군이 아이티로 옮겨오면서 콜레라도 함께 퍼졌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스턴에 본부를 둔 IJDH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이티에서 2010년 10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콜레라로 숨진 희생자가 지금까지 8000여 명에 달한다”며 “그 가족을 대리해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월 IJDH는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를 60일 내에 결정하도록 유엔에 요구했다. 유엔 측은 “콜레라 퇴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유엔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유엔의 이 같은 입장 발표 후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엔평화유지군이 콜레라를 옮겼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과 보건대는 6월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네팔군 주둔지인 아이티 북부 미르발레에서 콜레라가 시작됐다”며 “콜레라가 풍토병처럼 퍼져 있는 네팔에서 온 군인들이 전염병을 퍼뜨렸다”고 유엔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네팔군이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세기 최악의 콜레라 사태”라고 규정했다. 아이티 보건당국은 네팔군 주둔 기지의 위생 정화시설이 열악해 콜레라균이 현지 강의 지류에 스며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유엔평화유지군#아이티#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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