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시아 영토문제 공조 움직임… 속타는 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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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올해들어 5번째 회담… 2015년 승전 70돌행사 공동개최 합의
패전국 日에 영유권 우위 과시 노려… 日은 푸틴에 손짓하며 틈벌리기

중국과 러시아가 2015년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르기로 하자 일본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차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것은 패전국인 일본을 압박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종전 70주년인 2015년에 승전 기념행사를 중-러 공동으로 열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8일 “중-러가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70주년 행사를 열어 역사의 기억을 간직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보조를 맞춰 영토 문제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9일 분석했다.

2차대전 참전국인 러시아는 매년 전승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쿠릴 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과 관련해 러시아는 ‘2차대전 승리의 결과 러시아 영토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승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여는 것도 쿠릴 열도 4개 섬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 주장을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도 승전 기념행사를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최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 중국은 일본이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본이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의 결과를 거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반파시스트 전쟁인 2차대전의 승리를 러시아와 성대히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 것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간접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긴밀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7일 회담에서 시 주석은 “올해 벌써 5번째 정상회담이다. 중-러는 아시아태평양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동 이익이 있어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양국은 중대한 국제 문제와 지역 문제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해 왔고 이후에도 친밀한 교류를 계속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중-러의 밀월 관계를 바라보는 일본의 심정은 착잡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리 취임 후부터 공개적으로 중-일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센카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중-일 관계가 개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 대신 아베 총리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7일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40분간 정상회담을 열었다. 최근 6개월 사이에만 4번째다. 이날 생일을 맞은 푸틴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는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山口) 현의 전통 술과 술잔을 선물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정상 간 신뢰 구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중국#러시아#영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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