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무르시-시위대 48시간내 타협못하면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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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무르시 시위 이틀째… 16명 사망
“장관 4명 사임”… 정국 혼란 가속
시위대 “2200만명 대선실시 서명
대통령 사임 거부땐 불복종 운동”

이집트 시위대와 군부가 각각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에게 하야 및 합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따라 무르시 대통령 취임 1주년(지난달 30일)을 계기로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조만간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정부 시위대는 1일 무르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를 이끌고 있는 시민단체 연합조직 ‘타마로드’는 이날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무르시가 2일 오후 5시(한국 시간 3일 0시)까지 사임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타마로드 측은 대통령 사임과 대선 실시를 위한 서명에 시민 220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집트 관료는 이날 “히샴 자주 관광장관, 아테프 헬미 통신 정보기술 장관, 하템 바가토 법률 의회담당 장관, 칼레드 압델 알 환경장관 등 장관 4명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군부는 이날 “48시간 이내에 무르시 대통령과 야당이 정치적 합의안을 마련해야 하며,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면 군부가 개입하겠다”고 밝혀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시위대를 피해 카이로의 대통령궁을 떠난 무르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혀 정국 혼란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에도 카이로 외곽에 있는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 사무실 본부를 급습해 약탈하고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등 시위의 수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인 반정부 시위대와 무슬림형제단 등 친정부 시위대 간 유혈충돌이 벌어져 최소 8명이 사망하는 등 이틀간의 시위로 16명이 사망하고 781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공격을 제지하지 않아 사실상 반정부 시위대 편에 섰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집트 민주화의 성지로 알려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50만 명 이상이 운집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을 요구할 때보다 많은 수다. 이집트 전역이 혼돈 상태로 빠져들자 ‘제2의 혁명’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달 1일 이틀간 이집트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공격의 표적이 된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무슬림 정권의 최대 지지 세력이다. 1928년 결성 이후 세속주의 탄압에 맞서 이슬람주의 운동을 이끌어 왔다. 이번 시위는 무슬림형제단으로 권력이 쏠리는 가운데 경제난이 맞물리면서 크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무르시 정권은 지난해 이슬람 성향이 강하게 반영돼 반대가 심한 신헌법 추진을 강행해 국민적 반발을 샀다. 특히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치안 문제가 악화되면서 아랍의 봄이 거둔 성과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앞서 반정부 시위는 카이로와 제2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만 100만여 명이 참가한 것을 포함해 메누프 마할라 수에즈 포트사이드 등 전국에서 일어났다.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2011년 시민혁명 당시처럼 ‘국민은 정권 축출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무르시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집트 3색 국기를 흔들거나 ‘Go out(퇴진)’이나 ‘에르할(떠나라)’이라고 적힌 붉은색 카드, 무르시 대통령의 얼굴에 ‘X’ 표시를 한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허진석·이설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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