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궁지 오바마 “100% 안보도, 100% 사생활 보장도 없다”

  • 동아일보

미국 정부는 테러범 적발을 위한 비밀 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의 존재를 인정하고 입법부와 사법부의 통제를 받는 합법적 정보 활동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한 언론은 미 정부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나친 비밀주의로 일관해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정보 수집에 협조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은 고객들의 정보를 누출했다는 눈총을 받으며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 “프리즘, 사생활 침해 아니다” vs “정부 비밀주의로 ‘투명성’ 침해”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8일 “프리즘은 법원의 감시하에 전자 통신 서비스 회사에서 해외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내부 컴퓨터 통신망”이라고 밝혔다.

2008년 개정된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해외 테러리스트들의 e메일과 첨부파일 등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테러 혐의가 없는 보통 미국인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데이터 마이닝’ 시스템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보 수집은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의 승인하에 이뤄지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법무장관과 DNI 국장의 명령서가 있을 때만 정보를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2009년 뉴욕 지하철 테러를 계획했던 알카에다 조직원 사전 적발도 프리즘 활용에 따른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7일 미중 정상회담 직전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휴대전화 및 인터넷을 통한 해외 정보 수집은 “테러 방지를 위한 약간의 사생활 침해지만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민에 대한 정보 수집은 해외 테러리스트와의 관련성이 있을 때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의 안보도 없고 100%의 사생활 보장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사생활과 안보 이슈의 균형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리즘 관련 기밀문서를 폭로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의회는 정부의 정보 수집 활동을 제대로 감시할 여력이 없고 법원은 정부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줘 ‘고무도장’을 찍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며 행정부가 프로그램을 남용할 개연성을 지적했다.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은 지난해 1789건의 감청 요청 중 단 한 건만 거부했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이어 “상원의원 시절 부시 행정부의 정보 감시 행위에 비판적이던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 철학이 변했다”고 비판했다.

○ 영국 가디언, 추가 폭로 계속

미 국가안보국(NSA)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수집 영장과 프리즘 비밀문건을 잇따라 폭로했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8일 미국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전화 및 인터넷 정보를 몰래 수집하는 분석 도구와 각 지역별로 수집한 정보량을 지도의 색깔로 표시한 내용을 추가로 폭로했다.

NSA의 첩보 데이터 분석 도구인 ‘국경 없는 정보원(BI)’에 관한 내부 기밀문서와 BI가 만든 ‘세계 열기 지도(Global Heat Map)’에 따르면 미 정보 당국이 가장 집중적으로 첩보를 캔 곳은 이란과 파키스탄, 요르단 등 3곳이었다. NSA는 올해 3월 이란에서 약 140억 건의 전화와 전산 첩보를 캐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한국과 북한은 일본과 호주 스웨덴 등과 함께 가장 감시 수준이 낮은 ‘짙은 초록색’ 등급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전날에는 영국의 정보기관들도 미국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테러범 등의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전했다. 영국 정보기관들은 프리즘을 활용해 e메일과 사진, 비디오 등 개인정보를 인터넷에서 수집하는 데 거쳐야 할 법적인 절차를 우회했다는 것이다.

○ 프리즘 협력한 업체들은 신뢰 위기

프리즘 실행에 협력한 것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NSA와 자사의 네트워크 간에 직접적인 접속 통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콘텐츠들이 어떤 경로로 정부에 넘어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WP는 정보 수집에 협력했던 한 인터넷 업체 간부의 말을 인용해 “프리즘은 미 정보 당국과의 많은 협상 끝에 만들어졌다”며 “당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며 해외 인터넷 사용자 정보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프리즘#사생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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