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필리핀 ‘어민 피살’ 갈등… 中은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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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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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경발포 사과 요구… 比선 거부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 다시 불거져… 中은 군함 파견하며 대만 편들기

남중국해에서 조업하던 대만 어민이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기관총 사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이 일대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자던 중국은 사건 발생 직후 필리핀을 비판하며 대만과의 연대를 꾀하는 등 공세적 태도로 돌변하고 있다.

대만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경(현지 시간) 대만 남쪽 핑둥(屛東) 현 동남방 304km 해역에서 참다랑어잡이 어선인 광다싱(廣大興) 28호가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기관총 공격을 받았다. 배에는 탄환 자국이 52개 남았으며 이 중 한 발이 선원 훙(洪)모 씨(65)의 목을 관통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10일 “해당 선박이 경비정을 들이받으려고 해 발포했다”며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한 대응 조치였다. 사과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만 정부와 언론은 피격 지점이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중첩 지역에서 일어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11일 밤 고위국가안전회의를 소집해 △필리핀 정부의 사과 △합당한 배상 △책임자 처벌 △양국 간 어업회의 개최 등 4가지 사안을 요구하고 72시간 안에 답을 달라고 했다. 그는 “이번 총격은 잔혹하고 악랄하며 냉혹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필리핀 근로자(현재 8만7000여 명) 수입 동결, 해당 경비대원에 대한 살인 혐의 수사 등의 대응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필리핀 해경은 12일 뒤늦게 대만 정부에 선원 사망에 대한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양국 누리꾼들은 상대방 정부 인터넷망에 대한 해킹 공격을 실시하는 등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대만을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 끌어들이려는 눈치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1일 새벽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에서 조업하던 중국 선단에 외국 국적 관공선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접근해 조명을 비추며 한 시간가량 감시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 통신은 이 선박의 경고방송이 영어였다고 밝혀 필리핀 해경일 개연성을 암시했다. 또 대만 선원이 숨진 9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구축함 한 척이 필리핀 군함 3척과 일시 대치했다고 전했다.

홍콩 밍(明)보는 12일 중국이 일본 오키나와(沖繩) 영유권 재논의 주장 등을 내놓는 것에 대해 ‘대외 정책의 대반격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를 다루면서 근원적 각도에서 사고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이 일본에 오키나와를 준 게 합법적이었는지, 일본의 통치가 타당한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대만#필리핀#어민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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