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5세 정년시대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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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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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희망때 고용 5년 연장 의무화

대표적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일본이 1일부터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60대 현역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이 이날 시행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기존 법에 따라 정년에 이른 근로자 가운데 희망자에 대해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으로 ‘65세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 계속 고용제도는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늘리는 일종의 ‘임금 피크제’다.

종전 일본 기업의 정년은 대부분 60세였다. 다만 각 기업은 노사 합의로 마련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정년이 된 근로자를 재고용할 수 있었다.

법 시행에 따라 대다수 기업은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임금 수준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25∼70% 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리홀딩스, 다이와하우스공업 등 일부 기업은 근로 의욕을 높인다며 기존 임금을 그대로 주면서 정년을 아예 65세로 늘렸다.

일본 산업계는 고용 연장 조치가 청년 일자리를 줄이고 중견 사원의 임금 인상 억제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경단련(經團連) 최근 조사에서 기업의 40%는 앞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NTT그룹은 10월부터 40, 50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해 60세 이상의 인건비로 충당하는 새로운 임금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미즈호 종합연구소는 임금 수준을 정년 때의 60%로 가정해 희망자 전원을 계속 고용하면 올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총 3000억 엔(약 3조5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이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늘린 것은 현재 60세인 후생연금(보수 비례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2025년에 65세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3년마다 정년을 1년씩 늦춘다. 연금 지급 연령을 늦추는 과정에 정년을 맞아 수입 공백 기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저출산으로 젊은층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령 근로자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일본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도 있다. 실제 고급 기술자가 많은 미쓰비시중공업 등 제조업체들은 60세 이후에도 능력에 비례해 임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숙련 기술을 젊은 직원에게 전수할 수 있는 데다 기술자들이 중국이나 한국 등의 경쟁 기업으로 유출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인을 부양할 젊은층이 크게 줄어 노인의 경제적 자립이 불가피한 현실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인생 90년 시대’를 전제로 고령자 창업 등을 활성화하기로 하는 등 11년 만에 고령사회 대책을 전면 개편한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현재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40년에 30%를 넘고 2050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고용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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