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에 올라타고 돌아온 日기저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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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방사능 두려움도… 반일감정 불매운동도 물리치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감했던 일본산 제품 매출이 2년 만에 지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최근 반일 감정으로 불거진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도 ‘엔저의 힘’ 앞에서는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온라인몰인 신세계몰은 지난달 중순 일본산 기저귀 1만 팩을 직매입했다. 입점업체의 판매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온라인몰이 이례적으로 직매입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일본 기저귀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저귀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매출이 급감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방사능에 대한 엄마들의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일본 기저귀 매출은 대지진 직후 사재기 덕분에 반짝 올랐다가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6월에는 지진 이전의 22%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판매가격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4일 100엔당 1514.8원으로 최근 1년 기준 최고점을 찍었던 원-엔 환율은 14일 현재 1147.6원으로 떨어졌다. 일본산 기저귀 가운데 군 기저귀 가격은 지난해 말 6만9900원에서 이달 14일 6만5900원으로 5.7%, 메리즈 기저귀는 7만1000원에서 6만6500원으로 6.3% 인하됐다. 이 기저귀들의 매출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진 이전의 98.2% 수준까지 회복했다.

젖병이나 물티슈, 카시트 등도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본 피존 젖병의 판매가격은 지난해 말 2만6300원에서 이달 14일 2만425원으로 22%, 아프리카 카시트는 같은 기간 23만9000원에서 13만6230원으로 43% 내렸다. 젖병은 지진 이전보다 14%, 유아세제는 23% 각각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시계도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반면 일본 자동차와 전자제품, 카메라 등의 국내 판매가격은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거의 내리지 않았다. 한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이나 전자제품은 거래 기준이 되는 환율을 미리 정해 놓고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힘든 구조”라며 “엔화 약세 현상이 더 오래 이어져야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가격이 떨어진 제품을 중심으로 일본 상품 기획전 준비에 분주하다. 신세계몰은 지난달에 이어 유아용품과 화장품을 모은 일본 상품 특별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G마켓은 일본 생활용품 및 유아용품을 30%까지 할인한 직배송 프로모션 ‘저팬 온리(Japan only)’를 진행하고 있다. 재고 소진 문제로 엔화 약세를 즉각 반영하지 못한 대형마트나 일부 수입사도 가격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의 여파로 원전 이슈나 불매 운동보다 가격을 먼저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며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이 조정되는 품목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희·강홍구 기자 teller@donga.com
#일본#엔저#기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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