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베드로광장 인파 “흰연기는 언제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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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클라베 둘째날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선거회의)가 12일 첫날 투표에 이어 13일 오전 투표를 다시 실시했지만 교황을 선출하지 못해 오후 4시 50분(한국 시간 14일 0시 50분) 3차 투표에 들어갔다. 바오로 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마친 추기경들은 오전 8시 30분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오전 11시 40분경 굴뚝으로 교황 선출 무산을 알리는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랑비 속에서 이날 오전 내내 성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들에 나타난 성당 굴뚝을 주시하던 1만여 명의 군중은 검은색 연기를 보자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영국인 관광객 윌리엄 토머스 씨(25)는 “저녁에 투표 결과를 보러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이날부터는 오전 두 차례, 오후 두 차례 등 하루 네 차례 투표를 진행한다.

12일 투표 첫날에는 시스티나 성당 문이 닫힌 지 2시간 만인 오후 7시 40분경 굴뚝에서 검은색 연기가 나왔다. 쌀쌀한 밤이었지만 2만여 명이 전광판을 지켜보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으나 끝내 검은 연기가 나오자 발길을 돌렸다.

바티칸 주변에서는 13일에도 교황 선출이 무산되면 선거에서 치열한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며 콘클라베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탈리아 유력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탈리아 출신 중에서 선두 후보인 안젤로 스콜라 밀라노 대교구장이 추기경 중 50표 이상의 내부 지지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들은 스콜라 추기경과 브라질 상파울루 대교구장인 오질루 페드루 셰러 추기경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콜라 추기경은 미국 독일 아프리카 개혁 성향의 추기경들로부터 유럽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셰러 추기경은 교황청 관료들과 보수파로부터 비유럽권 대표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수 1, 2위인 이탈리아(28명)와 미국(11명), 추기경단이 가장 많은 유럽(60명)이 어떤 후보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12일 성베드로 광장 옆에서는 여성 사제 임명 금지에 항의하는 단체 ‘여성사제서품회의’ 소속 시위대가 분홍색 옷을 입고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며 분홍색 연기를 피워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의 에린 사이즈 한나 대표는 “현 추기경단은 성추문과 성차별로 교회를 휘청거리게 했다. 여성의 지혜를 수용할 교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티칸시티=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교황#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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