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前 독일 총리, 수년째 감금생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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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책 서문에서 주장
“34세 연하 두번째 부인이 가족-친구와 만남조차 막아”

독일 통일을 이끈 20세기 현대사의 거목 헬무트 콜 전 총리(83)의 요즘 처지가 말이 아니다.

콜 전 총리의 두 아들인 발터 씨와 페터 씨는 7일 재발간될 모친 하넬로레의 전기에 쓴 장문의 서문에서 “아버지는 어린 두 번째 아내 마이케 리히터(49) 때문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감금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4일 보도했다.

발터 씨와 페터 씨는 “리히터가 아버지를 재소자처럼 데리고 있고 우리와 손자는 물론이고 전 운전사와 사진가 등 가까운 친구와의 만남조차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콜 전 총리의 첫 번째 부인인 하넬로레 여사는 2001년 햇빛 알레르기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했고 콜 전 총리는 2008년 5월 리히터 씨와 재혼했다.

두 아들은 지난달 28일 TV 토크쇼에서 “아버지의 비극적인 몰락과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점차 통제력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콜 전 총리는 2008년 뇌중풍(뇌졸중)을 앓은 이후 몸이 거의 마비되고 말도 잘 못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터 씨는 독일 남서부 오게르샤임에 사는 부친을 2011년 5월 이래 못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휠체어에 앉은 아버지가 손녀를 다시 만나 매우 반가워했지만 10분쯤 지나 “이만 가는 게 좋겠다. 안 그러면 내가 곤란해질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페터 씨는 리히터 씨가 콜 전 총리를 과도하게 우상화하는 스토커 같다고 말했다. 2005년 베를린에 있는 리히터 씨의 집에 잠깐 들렀는데 아파트가 일종의 ‘콜 박물관’ 같았다는 것. 사방에 콜 전 총리의 사진, 선거 관련 물품, 액자에 장식된 편지 등이 가득했다고 한다.

주간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리히터 씨를 “오게르샤임의 맥베스 부인”이라며 “콜의 말을 통제하고 누가 집에 드나들지 정하는 문지기”라고 꼬집었다. 경제학자로 연방 경제부에서 일하다 콜 전 총리와 결혼한 뒤 휴직한 리히터 씨는 발터-페터 씨의 주장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독일#콜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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