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정부의 ‘프레스 브리핑’은 정부와 국민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소통 창구다. 특히 최고 지도자의 ‘입’에 해당하는 대변인 브리핑은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효율적으로 알리고 나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시시각각 전달받을 수 있는 주요 통로다.
따라서 서구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열린 브리핑’ 시스템이 정착됐다.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이 매일 열리며 모든 국가 이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간다. 질의와 응답에 성역과 금기가 없다는 점이 이들 선진국의 특징이다.
미국 백악관 브리핑은 매일 오전 11시∼낮 12시에 열린다. 신문 매체 마감 시간을 배려한 것. 기자들은 사전에 백악관 웨스트윙 지하의 기자실에 모여 질문을 배분하고 어떤 식으로 질문을 던질지 의논한다. 대변인은 기자들이 이리저리 돌려 가며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뺀다. 그렇지만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생략하거나 대충 대답하는 일은 없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이 철저하다.
백악관 브리핑에서 앞쪽 두 줄은 주요 신문 방송 통신 기자들이 차지하고 뒤쪽에는 지역 및 해외 매체 기자들이 자리한다. 주요 매체에 질문권이 먼저 주어지는 게 상례지만 소수 및 지역 매체나 외국 특파원 등에게도 종종 질문 기회가 주어진다.
긴급한 이슈가 있을 때는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과 대면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재정절벽, 이민 개혁, 총기 규제 등 중요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 예고 없이 브리핑룸을 찾았다.
브리핑이 끝난 뒤 브리핑 내용은 1, 2시간 내에 글자 하나 바뀌지 않고 백악관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다. 대변인은 백악관 각료 중 가장 힘든 자리로 정평이 나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기자들의 정보 접근권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관저는 하루 2차례(오전 11시, 오후 4시) 정례적으로 브리핑을 한다. 브리핑 시간은 원칙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없을 때까지다. 통상 20분 내외지만 대형 이슈가 있으면 1시간 가까이 한다. 브리핑 동영상과 텍스트는 총리관저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브리핑에는 프리랜서 기자도 참석할 수 있다.
브리핑을 하는 관방장관은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비서실장과 청와대 대변인을 합친 역할을 한다. 총리와 함께 관저 5층 집무실을 사용하고 내각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내각 2인자’로 분류된다. 총리관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28일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관방장관이 충분히 브리핑하기 때문에 총리의 생각과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다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동일본 대지진 등과 같은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수시로 브리핑을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월 12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관계 부처 회의 직후 3가지를 지시했다. 그중 하나는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유럽도 열린 브리핑이다. 독일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의 정기적인 기자회견이 열린다. 보통 일주일에 3차례 있는 내각회의 직후에 열린다. 회의 내용은 물론이고 모든 현안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상세히 오간다. 이 자리에는 연방공보처 대변인과 각 부의 대변인이 모두 의무적으로 참석하며 매번 1∼2시간씩 이어져 거의 토론장을 방불케 한다.
배정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에 국정 정보를 신속하고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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