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뽑는 추기경 117명 유럽 편중 유럽 62명… 신도 최다 남미는 19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3월 열릴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회의)를 앞두고 비(非)유럽권 가톨릭 성직자와 신학자를 중심으로 교황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의 ‘유럽 쏠림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을 뽑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 예정인 추기경 117명의 국적 분포가 대륙별 국가별 가톨릭 신도 수와 신도 증가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현재 유럽의 가톨릭 신도는 2억8492만 명으로 전체 가톨릭 신도의 24%인 반면 콘클라베에서 투표 자격이 있는 유럽 출신 추기경은 62명으로 52%를 차지한다. 남아메리카는 대륙별로 가장 많은 3억3901만 명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하지만 추기경은 19명으로 16%에 불과하다. 브라질의 신도는 1억6326만 명으로 단일 국가 신도 규모로는 가장 많지만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은 5명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브라질의 3분의 1(5755만 명)에 그치지만 추기경 28명이 콘클라베에 참석한다.

미 가톨릭대의 윌리엄 댄토니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에는 가톨릭 신도의 70%가 유럽인이어서 추기경 대부분이 유럽 출신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현재 비유럽 지역의 신도가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교회는 알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미겔 디아즈 전 주바티칸 미국 대사도 “오랫동안 지속된 바티칸의 ‘유럽 교회 중심 문화’는 이제 바뀔 때가 됐다”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모두 “현재의 추기경 분포는 신도 비율이 아닌 교회 내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유럽인 교황이 유럽 출신 추기경들을 서임하고 추기경단의 다수를 차지한 유럽 출신 추기경들은 다시 유럽인 교황을 선출하는 구조가 악순환돼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나오기 어렵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대륙이나 국가별 신도 수를 반영해 추기경단을 구성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추기경의 기본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추기경은 교황을 보좌하며 자문역을 맡기 때문에 청와대 참모진처럼 전적으로 교황의 뜻에 따라 서임된다는 것이다.

현재 로마 가톨릭 교회의 추기경은 총 209명. 이 중 교황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은 118명이다. 다만 이번 콘클라베에는 117명만이 참석한다. 26일자로 우크라이나 출신 루보미르 후사르 추기경이 만 80세가 되기 때문에 빠지는 것.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추기경은 교황 사임일(28일) 하루 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교황#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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