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GDP 절반’ 美-EU, FTA협상 개시… “내년말까지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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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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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역 3분의1 차지, 무역틀 바꿀것” 공동성명
보조금-유전자변형작물 등 농업분야가 최대 난제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양측은 글로벌 무역 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FTA 협상을 내년 말까지 타결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등 3명의 명의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미국과 EU는 6월까지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도 “양측의 자유무역은 일자리 수백만 개를 미국에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랑 바호주 위원장은 “협상 개시 합의는 양측 간의 무역과 투자, 규제는 물론 세계 무역 규범에 대한 새 기준을 만드는 ‘게임 체인저(game-changer)’가 될 것”이라며 “다음 달 미국과의 협상 일정 초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대 경제권의 FTA 체결은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와 미국은 FTA를 위한 실무그룹을 2011년 말 출범시켰지만 본격적 논의는 시작하지 못했다. 양측이 협상을 서두르게 된 것은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 EU는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교역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이 절실한 상황이고, 미국도 실업 축소와 중국 등의 경제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가 다급한 상황이다.

EU와 미국의 교역규모는 연 613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과 교역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두랑 바호주 위원장은 FTA가 체결될 경우 2027년까지 매년 EU 경제는 0.5%, 미 경제는 0.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환산하면 EU에서 연간 860억 유로(약 125조330억 원), 미국에서 650억 유로(약 94조5000억 원)가 새로 창출된다. 글로벌 물동량이 미-EU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것. 양측은 10년을 끌어온 국제 무역자유화협상인 도하라운드가 좌초될 국면에 처한 것을 교훈 삼아 협상을 진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난관도 많다. 카럴 더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없다”며 “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양측이 이미 각종 산업 보조금으로 마찰을 빚고 있으며, 특히 농업 부문 협상이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998년 EU와 미국의 자유무역 협상이 좌초된 것도 농업 때문이었다. 특히 EU의 2위 경제국인 프랑스가 자국의 농업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특히 미국의 최대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유전자변형작물(GMO) 수입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두랑 바호주 집행위원장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놓고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뜻을 확인한 것이다. 반면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GMO를 비롯한 농업 분야의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비행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에 관련된 항공산업 보조금 문제도 난제다. 항공산업 보조금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역사상 가장 크고 오래된 문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FTA#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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