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羊頭狗肉 ‘말고기 버거’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쇠고기 제품에 말고기 섞어… 英 적발이어 佛 긴급회수
원산지 루마니아 조사나서

라사냐 등 쇠고기를 이용한 가공식품에 말고기를 불법으로 섞어 쓴 ‘말고기 스캔들’이 유럽 전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프랑스의 카르푸 오샹 등 6개 대형 유통회사는 10일 말고기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웨덴 핀두스사의 즉석 가공식품과 자체 상표로 제작된 관련 제품을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주로 다진 고기가 사용되는 라사냐, 무사카, 카넬로니 파스타, 쇠고기 스파게티 등이 대상이다. 쇠고기 제품인 데다 성분 표시도 없이 말고기 성분이 들어간 게 문제다. 영국 식품안전청(FSA)이 8일 핀두스의 쇠고기 가공 제품 다수에 말고기 성분이 포함됐다고 밝힌 뒤 핀두스와 납품업체인 프랑스 코미젤사가 관련 제품을 회수한 지 2일 만이다.

브누아 아몽 프랑스 소비자부 장관은 10일 “원가를 줄이려고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말고기는 루마니아산으로 드러났으며 유럽연합(EU) 전체에 주의령이 내려졌다”라고 밝혔다. 아몽 장관은 “지난해 8월부터 유통되기 시작해 최소한 30만 유로(4억4000만 원) 이상의 부당이득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일간지 라크루아는 “루마니아에서 말이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금지되면서 대거 도축되기 시작해 말고기가 kg당 14유로가량으로 쇠고기 값의 절반에 불과할 만큼 크게 싸진 게 사태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문제의 냉동 말고기는 루마니아의 도축 업체 2곳→네덜란드 무역업체→키프로스 무역업체→프랑스 푸졸사를 거쳐 코미젤의 룩셈부르크 공장으로 들어왔다. 11일 긴급 관계 부처 합동회의를 연 프랑스도 사기 등 위법이 발견되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말고기 사건이 조직적인 사기 범죄일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FSA는 “핀두스의 쇠고기 제품 18가지 중 라사냐 등 11종에서 말고기 성분이 검출됐다”라며 “햄버거와 미트볼, 라사냐 등 모든 쇠고기 가공식품에 대해 성분 조사를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선 지난달 테스코 등 대형 유통점의 쇠고기버거 패티 제품에서 말고기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일었다. 말고기가 건강을 위협하진 않지만 영국, 아일랜드에선 전통적으로 말을 가진 귀족들이 먹지 않아 말고기가 금기시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러시아 등은 말고기를 먹는다.

영국 핀두스사는 말고기가 사용된 것을 공개 사과하고 관련 제품을 모두 수거했다. 스웨덴의 핀두스 본사는 코미젤에 대해, 코미젤은 루마니아 업체에 각각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코미젤 제품은 EU내 11개국을 포함해 16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유럽#말고기버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