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48세(1962년생)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현 새누리당 의원)를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제3공화국 시절 김종필 11대 총리 이후 처음 지명된 40대 총리였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집권 3기 내각 진용을 ‘젊은 내각’으로 짜겠다는 포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21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김 전 후보자가 경남지사 재임시절 도(道) 예산으로 부인용 차량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추적해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재임시절 도청 직원을 사택 가사도우미로 활용한 것 등 김 전 후보가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한 사례들이 터져 나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월에는 이기준 당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임명 4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이 부총리는 임명 발표 직후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과다 지출, 장남 병역기피 의혹 등 도덕성 시비의 도마에 올랐지만 “이미 서울대 총장 사퇴로 충분한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사퇴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맞섰다. 하지만 본보가 장남의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 등을 보도하자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해외 언론도 공직자 인사 검증을 언론의 사명으로 삼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9일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미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인 워싱턴포스트가 검증 결과를 내놓자 여론은 ‘헤이글 반대’로 기울기 시작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행정부 조각(組閣)을 맞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유력 언론 매체들은 후보 검증팀을 가동하며 연일 검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2009년 톰 대슐 내무장관 후보의 탈세 전력, 1993년 조 베어드 법무장관 지명자의 불법체류자 보모 고용,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후보의 성희롱 의혹, 1987년 리처드 보크 대법관 후보의 보수판결 편향성 등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를 삼은 것도 모두 언론이었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권력이 언론의 검증을 경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검증을 피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중시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경시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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