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공산당 총서기는 물론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직까지 모두 승계하자 중화권 언론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원로그룹의 완전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른바 ‘정치노인’들이 인사에 더 개입하면서 중국 공산당 내 ‘막후 노인 정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홍콩 언론은 신임 상하이(上海) 시장에 양슝(楊雄) 부시장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양 부시장이 2인자인 당 부서기에 임명된 게 사실상 시장 선임을 뜻한다는 것이다.
양 부서기는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관료 출신 그룹) 좌장인 장 전 주석의 장남 장몐헝(江綿恒) 씨가 대표로 있던 상하이롄허(上海聯和) 투자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장 전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올해 5월 시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연임에 실패하면서 2선으로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는 곧 장 전 주석의 영향력 쇠퇴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 부서기가 ‘깜짝 승진’함에 따라 장 전 주석이 예전의 권세를 다시 회복해 인사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상하이의 권력 1, 2위가 장 전 주석 인맥인 한정(韓正) 당서기와 양 부서기(시장)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한 서기는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양 부서기는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출신이지만 어릴 때부터 상하이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둘 다 상하이 토박이로 통한다. 상하이에서는 2006년 천량위(陳良宇) 서기가 부패혐의로 축출된 뒤 시진핑 위정성(兪正聲) 등이 서기를 맡다가 6년 만에 다시 ‘후런즈후(호人治호·상하이 사람이 상하이를 다스림)’ 시대를 열게 된 것.
홍콩 밍(明)보는 앞서 18일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 리샤오펑(李小鵬)도 아버지 후광으로 산시(山西) 성 부서기에 임명되는 등 최근 원로들의 인사 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 부서기는 2008년부터 산시 성 부서장을 맡다가 지난달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꼴찌로 중앙위원 후보위원에 당선돼 가까스로 성장 내정이 가능한 부서기 자격을 얻었다. 후보위원 당선 과정에도 리 전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양 부서기는 아예 중앙위원은 물론 후보위원에도 끼지 못한 상태에서 상하이 시장을 맡게 됐다. 한 서기는 상하이 시장일 때 당 중앙위원이었다. 밍보는 “원로들이 무리수를 두면서 인사 원칙이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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