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서 주먹 불끈 쥔 시진핑… 회의 인사말 줄이라는 왕치산… 中 새 지도부 ‘격식파괴 언행’ 새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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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보고 짧게 하고 토론 많이”… 전임자들 딱딱한 표정-어투와 딴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달 29일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에서 현장 연설을 마무리 지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중국중앙(CC)TV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달 29일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에서 현장 연설을 마무리 지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중국중앙(CC)TV
“존경하는 왕 서기님!”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회의. 한 전문가가 이렇게 보고를 시작하자 왕치산(王岐山) 신임 서기가 바로 말을 끊었다. 왕 서기는 “인사말을 적게 해 달라”며 “회의에서 원고를 읽지 않을 수 있으면 읽지 말고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 함께 대화하자”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가 참석하는 어느 모임에서나 등장하는 “존경하는 ○○○님”이란 수식어도 시간을 잡아먹는 군더더기로 본 것이다.

중국 공산당 새 최고 지도부의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서민적이고 실무 중심적인 말과 행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딱딱한 표정과 어투로 원고를 읽던 전임자들과는 다르다.

이런 형식 파괴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취임 일성에서 시작됐다. 시 총서기는 지난달 15일 총서기로서의 첫 공개행사에서 “당은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뒤떨어지면 두들겨 맞는다” “입으로만 말할 뿐 실행하지 않아 나라를 망친다” 등 서민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주먹을 불끈 쥐어 어깨 높이로 올리는 등 과거 지도자에게서는 잘 보지 못했던 동작도 연출했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될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 회의에서 공무원의 현황 보고를 듣다가 2분도 안 돼 말을 잘랐다. 그는 “이미 보고를 다 봤다”며 보고서에 근거해 잇따라 질문했다. 리 부총리는 “이왕 좌담회를 하는 만큼 구체적 문제, 개혁을 추진하는 데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더 많이 이야기하자”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관련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을 만날 때도 미리 원고를 준비하지 않았고 참석자들에게도 원고 없이 이야기하도록 했다. 특히 정부를 칭찬하지 못하도록 한 뒤 문제점만을 말하도록 하고 경청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많은 중국인은 “실무적이지만 따뜻하다” “신선하다” “인간미가 느껴진다” 등의 표현을 쓰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편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4일 회의를 열고 정치국 근무태도 개선에 관한 8개 규정을 심의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했다. △회의 간소화 △문서 및 보고 간소화 △이동 시 교통관제 완화 등 경비 완화 △해외 출장 시 수행인원 감소 등 해외출장 규정 마련 △동정보도 축소 △행사 규모 축소 등 근검절약 등이 포함됐다. 고위 당원부터 솔선수범하자는 것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리커창#시진핑#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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