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 멎은 가자… 이-하마스 ‘살얼음 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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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합의 어기면 공격”… 불신 깊어 평화지속 불투명
교전 8일동안 166명 사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주일 만에 포성이 멎었다.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는 21일 전투를 중단하기로 하고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무함마드 카멜 암르 이집트 외교장관은 이날 카이로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측이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휴전은 이날 오후 9시(한국 시간 22일 오전 4시) 발효됐다. 클린턴 장관은 “이 지역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은 (평화 구축) 과정을 굳히기 위해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축포를 쏘면서 휴전을 자축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양측의 적대행위 중단 및 가자지구 봉쇄 해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육해공 공격 및 표적암살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모든 정파는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

또 이스라엘은 휴전 24시간 뒤 가자지구의 국경을 열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해 왔다.

양측 지도자들은 휴전이 모두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이스라엘은 전략적 실패를 했다”고 말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그동안의 교전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으로 지하의 로켓 발사대 수백 개와 밀수 터널 140곳, 무기 제조·보관 시설 수십 곳을 파괴해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휴전 합의문에는 양측 주장대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로켓 위협을 없애 내년 1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으로부터 무장테러단체로 지목된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실질적 지배세력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는 실리를 챙겼다. 8일간의 교전으로 팔레스타인인 161명, 이스라엘인 5명이 숨지는 인명 피해를 내고 휴전안이 성사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국경 봉쇄가 어느 정도 풀릴지가 변수다. 하마스는 이집트와 접한 라파 검문소를 포함한 모든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해서는 검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 봉쇄로 인해 실업률이 30%가 넘어 그 불만이 언제라도 이스라엘을 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양측은 “상대가 휴전 합의를 어긴다면 언제든지 공격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불신의 골이 깊어 불안한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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