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당, 보시라이 축출에 집단공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7일 03시 00분


“장쩌민과 손잡고 공청단 고립작전”
홍콩紙 “中 상무위원 유력 왕양 - 리위안차오 탈락시켜”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에서 보수성향 그룹의 과점(寡占) 체제로 바뀐 것은 개혁 진영의 공격을 두려워한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모임) 원로들의 ‘집단공황’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선출된 제18기 상무위원들은 형식적으론 보수 성향인 태자당 3명과 상하이방(상하이 관료 출신 그룹) 2명, 개혁 지향인 공청단파(공산주의청년단파) 2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청단파인 류윈산(劉雲山) 중앙선전부장이 상하이방의 좌장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강력한 후원 아래 이번에 상무위원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력 판도는 6 대 1로 보수가 개혁을 압도하는 구도다. 중국의 3대 정치계파인 상하이방, 태자당, 공청단파는 정치 및 사회 개혁, 분배 문제 등을 둘러싸고 17기 중앙정치국 때와 달리 18기엔 상하이방과 태자당이 한 무리가 되고 공청단이 고립되는 형세로 변하고 있다.

홍콩 밍(明)보는 16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결과의 근본 원인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공청단파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정치개혁론자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태자당 선두 주자 중 한 명이던 보 전 서기에 대해 출당은 물론이고 사법처리까지 단행하기로 하자 태자당 원로들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공습이 시작된 것으로 여겼다. 보 전 서기에 대한 조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자당과 느슨한 연대를 맺고 있는 상하이방의 장 전 주석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양 계파의 원로그룹이 차기 상무위원 구도 흔들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원로들이 인사 문제에 개입하면서 상무위원 입성이 매우 유력했던 공청단파의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과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가 탈락했고 (후순위였던) 류윈산 부장과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 시 서기가 들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왕치산(王岐山) 신임 상무위원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부총리로 예정돼 있었지만 왕양이 기율위 서기를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단 그를 상무위원에서 제외한 뒤 태자당인 왕 위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 원로들은 특히 보시라이 사태를 촉발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이 기율위 조사를 받으면서 태자당의 비리를 대거 발설했기 때문에 기율위를 장악한 뒤 관련 내용을 영원히 묻어 두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고 설명한다.

미국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6일 공청단파인 리커창이 차기 총리로 내정됐지만 보수파에 포위당할 것이며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수많은 ‘소(小)군주’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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