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강국 日흔들… 상반기 44조원 역대최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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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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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중단이후 LNG 수입 24% 급증… 센카쿠 충돌로 對中 수출 8% 급감

수출 강국이라는 일본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일본은 2012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은 줄어든 반면에 화력발전용 원료를 중심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2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무역수지는 3조2190억 엔(약 44조656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2% 감소한 32조1600억 엔, 수입은 2.6% 늘어난 35조3790억 엔이었다.

일본의 반기 무역수지 적자가 3조 엔을 넘어선 것은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3개 반기 연속 적자로 나타나 ‘무역 강국’ 일본의 명성은 이제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수입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원전 등의 가동이 중단된 뒤 화력발전용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LNG 수입은 24.3%, 원유 수입은 8.3% 늘었다. 통신기기 수입도 35.2% 늘었다.

반면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은 대폭 감소했다. 수출 감소폭은 선박 13.2%, 전자부품 8.3% 등이었다. 특히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8.2% 줄어 3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2.0% 늘어 5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9월 무역수지는 5486억 엔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9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큰 적자다.

일본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 119개사를 최근 조사한 요미우리신문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체감경기 악화’라고 답한 기업이 18개사로 4월 조사(1개사)와 지난해 10월 조사(2개사) 때보다 크게 늘었다. ‘답보’라고 응답한 기업도 90개사로 같은 기간 42개사와 47개사보다 대폭 늘어났다.

기업들은 경기악화 요인(복수 응답)으로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감속’(76개사)과 ‘유럽의 재정 및 금융 위기’(70개사)를 들었다. 기업들은 수출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 추진과 엔화 강세를 막을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칠 계획이다. 이 경우 엔화 강세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경제재정상 겸 국가전략담당상은 21일 후지TV와의 회견에서 “전 세계가 통화 완화 기조이지만 일본의 통화는 (아직 경기부양에) 충분치 않다”며 “약 2000억 엔을 시중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0억 엔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도 17일 임시 각료회의에서 긴급경제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본은행도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국채 등의 자산매입기금을 5조∼10조 엔(약 70조∼140조 원) 늘려 시중에 돈이 돌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집권 민주당이 원전 비중을 줄이기로 방향을 잡은 이상 화력발전용 원료 수입 증가는 당분간 불가피하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상당 기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역수지에 소득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는 흑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수지에는 이자나 배당 등이 포함되는데 일본의 순국제투자액은 지난해 말 기준 253조 엔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을 정도로 막대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무역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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