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환갑 열기… 러 정부 자작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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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137m 현수막 걸고 언론에선 경력미화-찬양
정부에 대한 불만 커지는데 개인 지지율 상승 기현상

‘환갑 맞은 푸틴, 러시아의 로망인가 환상인가.’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0세 생일을 맞아 러시아에서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 측은 “가족과 조용히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지지층이나 언론이 나서 ‘강한 남자’ 푸틴 찬양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6일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 시내에는 길이 150야드(약 137m)짜리 생일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전했다. 친푸틴 청년당원들이 내건 초대형 걸개엔 세계를 호령하는 그의 공적을 칭송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모스크바에서는 ‘대통령, 가장 다정한 영혼을 가진 남자’란 주제로 미술전시회가 개최된다. 푸틴이 생일을 보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시민 거리행진도 열릴 예정이다. TV와 라디오는 지난주부터 푸틴의 생애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생일맞이 푸틴 영웅화의 백미는 독일통일 시절의 경력 미화다. 당시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동독에 근무했던 푸틴이 사무실로 쳐들어온 군중 앞에 홀로 나서 일갈로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LAT에 따르면 이 같은 과도한 열기엔 러시아 국민의 모순적인 이중 잣대가 반영됐다.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25∼39세 여성의 25%가 “그라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겠다”고 할 정도로 높다. 갈수록 정부에 대한 불만은 커지는데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올라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분석가인 릴리야 셉초바 씨는 “러시아인은 생활이 피폐해질수록 ‘결국 기댈 곳은 푸틴’이란 믿음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배후 조종설도 나오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런 거창한 이벤트에 정말 시민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푸틴#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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