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인파에 만리장성 무너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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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일간의 황금연휴 명승지 입장객 사상최대… 둔황선 낙타들 과로死도

“만리장성이 무너질까 두렵다. 낙타가 ‘과로사’했다.”

중국인들조차 깜짝 놀라는 ‘인산인해’ 기록들이 최근 중국 매체에 넘쳐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8일 동안 국경절 황금연휴에 중국 각지의 많은 관광지 입장객 기록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7일 라디오망 등 중국 관영 매체는 10만 명이 만리장성에 올라도 문제없다는 다소 뜬금없는 기사를 내보냈다. 3일 만리장성 중 대표적 구간인 베이징(北京) 부근의 바다링(八達嶺) 장성을 찍은 사진이 발단이었다. 사진은 가파른 장성 위에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찬 모습을 전했다. 당시 장성에는 8만1000명이 몰렸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장성이 무너지거나 누군가 넘어지면 다른 이들도 연쇄적으로 넘어져 많은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관영 매체들은 “일부러 사람이 많아 보이는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이 구간의 하루 여행객은 10만 명이었지만 안전사고는 없었다”고 전했다.

실크로드상의 유명한 관광지인 간쑤(甘肅) 성 둔황(敦惶) 밍사(鳴沙) 산 웨야취안(月牙泉)에서는 관광객을 태우다 지친 낙타가 잇따라 숨지는 일도 생겼다. 웨야취안 관리당국은 “너무 많은 관광객이 낙타를 타고 싶어 했다”며 “전에는 낙타가 사람을 기다렸는데 올해는 사람이 낙타를 기다렸다”고 말했다고 징화(京華)시보가 7일 전했다.

관리 당국은 오전 5시 반부터 밤까지 낙타가 종일 태울 수 있는 관광객은 최대 7명이지만 일부 낙타는 2, 3배의 관광객을 태웠다는 것. 실제로 낙타 1000마리를 운용하는데 매일 평균 8000명의 관광객이 낙타 타기 체험을 했다. 이로 인해 이틀 연속으로 낙타가 죽어 낙타 관리 규정을 긴급 변경했다고 관리 당국은 전했다.

또 중국 5대 명산 중 하나인 산시(陝西) 성 화산(華山) 산의 케이블카는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고장이 났다. 이로 인해 1만여 명이 산속에 고립되기도 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중국 전역 주요 관광지 119곳의 방문객은 전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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