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75%과세 강행… 기업인들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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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 부자 증세 예산 발표… 재계 “우리가 범죄자냐” 반발
올랑드 지지율 40% 붕괴 눈앞

“우리가 범죄자인가?”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지난달 말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를 골자로 한 2013년도 예산안을 공개한 뒤 기업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로랑스 파리조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장은 3일 주간지 렉스팡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집권당 인사들의) 반(反)기업적인 사고가 프랑스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회당 소속 피에르 코엉 보르도 시장이 제약회사인 사노피의 구조조정 및 900명 해고계획을 두고 “대기업 주인은 깡패”라고 밝힌 데 대해 파리조 회장은 “(사회당 정치인의) 기업에 대한 적개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 회장은 “지금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절정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부자에게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집권 후 반기업 정서는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푸조의 파리 북부공장 폐쇄 및 8000명 감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의 벨기에 국적 신청에 대해 정부와 좌파 정치권, 언론으로 확산된 ‘기업 때리기’는 절정에 달했다. 여기에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기업인을 옥죄는 예산안이 발표되자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최고 소득세율은 41%에서 45%로 오른다. 또 연간소득이 100만 유로(약 14억4000만 원)가 넘는 ‘슈퍼 부자’들은 초과분에 대해 75%의 특별세를 내야 한다. 슈퍼 부자의 세 부담은 내년부터 1인당 평균 14만 유로(약 2억 원)가 늘어난다고 언론들이 내다봤다. 법인세수는 올해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지난달 28일 예산안을 공개하며 “부자들에게 기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를 회복하는 조치다.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은 지금까지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내년도 예산안에 반대하는 기업주와 전문직 고소득자들은 ‘피종(Pigeons·비둘기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정부가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간다”며 반대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7일 파리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던 이들은 정부의 자제 요청이 잇따르자 일단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기업인들에게 오명을 씌우고 있다”며 피종 운동의 확산을 호소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겨우 41%에 그쳤다. 한 달 전보다 9%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예산안 갈등#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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