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달인’ 오바마를 궁지에… 롬니, 입씨름 첫판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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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대선 TV토론… “롬니가 잘해” 67%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다시 살아났다.

롬니는 콜로라도 주 덴버 시 덴버대에서 3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열린 첫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궁지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CNN은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 결과 롬니가 잘했다는 의견이 67%로 오바마(25%)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 롬니의 창, 오바마의 방패 뚫다

롬니는 오바마의 경제정책과 건강보험개혁 및 재정적자 문제 등 4년 동안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자신이 집권하면 미국을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롬니가 집권할 경우 중산층의 희생을 담보로 부자들만 더 부유해지는 경제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힘이 달렸다.

오바마가 먼저 “최근 30개월 동안 민간부문에서 50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자동차 산업은 되살아났으며 주택시장도 회복되기 시작했다”며 공적을 과시하자 롬니는 “대통령은 4년 전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은 미국을 위한 답이 아니다”며 “오바마 체제에서 중산층은 매장됐고 무너지고 있으며 소득이 이전보다 4300달러(약 479만 원)나 깎였다”고 반박했다.

오바마는 “롬니 후보는 부유층만을 위한 ‘톱다운’ 방식의 경제를 지지하고 있다”며 “중산층에 피해를 주지 않고 국방비를 유지하면서도 5조 달러에 이르는 감세를 한다는 약속은 산수만 할 줄 알면 금방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반격을 시도했다. 롬니는 “중산층 가정에 대한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5조 달러의 감세를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응수했다.

롬니는 오바마가 집권 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롬니는 “건강보험료 상승만 초래하는 법안을 취임 첫날 폐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롬니 후보가 이끌었던 매사추세츠 주도 민주당과 같은 건강보험개혁 모델을 만들었고 그것은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강조했지만 힘이 없었다.

이날 토론회는 공영방송 PBS의 유명 앵커인 짐 레러가 경제분야(3개) 건강보험개혁(1개) 정부의 역할(1개) 통치(1개) 등 모두 6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각 후보가 제한된 시간 안에 자유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대부분 언론 롬니 손들어

이날 오바마는 큰 실수 없이 롬니의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작심한 듯 집요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토론 중에 심각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등 집중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 반면 롬니는 다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줬지만 시종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응시해 대조를 이뤘다.

오바마는 롬니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인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롬니의 대표적인 말실수인 ‘47% 발언’도 거론하지 않고 토론 내내 롬니의 페이스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줬다.

미국 언론들은 말실수로 점수를 잃던 롬니가 대선을 한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일제히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롬니 후보는 토론을 철저하게 준비했고 대통령을 적극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CNN 여론조사 결과 호감도에서도 롬니가 56%로 오바마(49%)를 앞섰다.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MSNBC의 한 옵서버는 “오늘밤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론의 여지없이 오바마는 비틀거렸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롬니가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토론에서 승리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 전날인 2일 밤에는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인 2007년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버지니아 주 햄프턴대에서 연설하면서 인종문제를 언급한 동영상이 공개돼 오바마 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대책을 비판하면서 불만을 가진 흑인사회에서 ‘조용한 폭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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