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록가수, 방송국 분장실서 13세女 성폭행” 주장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17시 59분


코멘트
영국 출신 록가수 게리 글리터(68)가 1970년대 BBC TV방송국 내 분장실 안에서 13세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이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3일 밤 영국 지상파 채널 ITV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아동 성폭력 전과가 있는 글리터는 당시 BBC의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故 지미 새빌의 분장실 안에서 어린 소녀를 성폭행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카린 워드 여사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신이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며, 자신 또한 그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증언을 했다.

당시 14세였다는 그녀는 새빌의 초대를 받아 기숙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던 또래 소녀 2명과 함께 BBC 방송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워드 여사가 생활하던 기숙학교는 지적·정서적 장애를 앓는 소녀들을 위한 학교로, 새빌은 이 학교를 정기적으로 방문했었다.

워드 여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글리터가 새빌의 분장실 안(벽면이 움푹 들어간 공간)에서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했다. 완전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아이는 우리학교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새빌은 또 다른 14세 소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치마를 들어올렸다. 역시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고 덧붙였다.

워드 여사는 같은 장소에서 새빌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현재 활동 중인 유명 남자 연예인 A도 자신을 추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A는 분장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내 가슴이 작은 것에 대해 불쾌한 말을 하며 날 모욕했다."

이에 앞서 어린 시절 새빌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이번 주 초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 여성 10여 명의 주장에 따르면, 새빌은 영국령 채널제도 저지섬의 오데라가렌 보육원을 방문했을 당시 9세 정도의 어린 소녀들을 성추행했다. 이 보육원은 1970~1980년대 아동 학대가 만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보육원에 살았다는 한 여성은 1971년 11세였던 자신과 9세였던 여동생이 새빌에게 어떻게 성적 학대를 당했는지를 설명하며, "보육원에 학대 사실을 알렸지만 그냥 덮어버렸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0월 84세로 사망한 새빌은 아동 성추행 혐의 등에 대해 최소 다섯 차례 이상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 부족 등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글리터는 1990년대 아동 포르노 사진을 내려받은 혐의로 4개월 간 감옥 생활을 했으며, 2005년에는 베트남에서 각각 10세, 11세 소녀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2년 9개월 간 복역한 뒤 풀려난 바 있다.

데일리메일은 워드 여사의 주장과 관련해 글리터와 또 다른 연예인 A에게 답변을 요청했지만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워드 여사의 주장으로 BBC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워드 여사가 새빌과 글리터의 아동 성학대 의혹과 관련해 BBC 기자들에게 먼저 알렸지만, BBC 측은 짧은 메시지로 보도되지 않을 거라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워드 여사는 BBC가 자사와 얽힌 이 문제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최소한 이를 경찰에는 알려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BBC 측은 "우린 글리터와 관련된 혐의들이 이미 경찰에 알려졌을 거라고 여겼다"며 "자체적으로 조사를 했지만 글리터의 피해자라는 여성들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추적할 수가 없었다. 우린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지 못해 촬영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고 결국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