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랍의 봄’ 두 갈래 대응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親美 무바라크 퇴진촉구 강경… 사우디 무력진압엔 비난 자제
NYT “이상론서 국익 중시 선회”

‘아랍의 봄’의 거센 바람이 이집트에도 불어닥친 2011년 2월 1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더이상 통치하지 않겠지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무바라크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물러났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무바라크는 “당신은 아랍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애송이(You're young)”라고 맞받았다.

오바마는 발표 몇 분 뒤 백악관에서 회견을 열어 “무바라크 30년 통치의 끝이 ‘지금’ 시작돼야 한다”며 시위대 편을 들었다. 수십 년 동안 이집트 독재자들을 회유해가며 친미(親美)정권으로 만들었던 외교정책의 변화였다. 열흘 뒤 무바라크는 무너졌다.

41일 뒤인 3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상의도 없이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바레인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반응은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와 ‘정치적 대화’를 촉구하는 것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이집트에 대한 결정이 이상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바레인에 대한 것은 안보와 석유 등 미국의 장기적 이익을 반영한 현실적인 것이었다고 24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데다 미국의 최대 무기수입국이다. 이란과 맞서 싸우는 미국으로서는 미 해군기지가 있는 바레인의 안정도 중요했다는 것이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오바마#아랍의 봄#무바라크#사우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