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피로 물든 금요기도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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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모욕 항의 수만명 시위… 경찰과 충돌 13명 사망 200명 부상

파키스탄 정부가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선포한 ‘사랑의 날’은 결국 핏빛으로 물든 ‘폭력의 날’이 됐다.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한 동영상 ‘무지한 무슬림’으로 10일 촉발된 이슬람권의 시위가 21일 금요기도회 직후 대규모 유혈 충돌로 번졌다.

AP통신은 이날 “북부 페샤와르 시 등 파키스탄 곳곳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라크와 스리랑카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미국 국기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인형을 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곤봉과 대나무 막대를 든 파키스탄 시위대는 페샤와르 시내 피르다우스 극장과 샤르마 극장을 습격해 건물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3명이 부상하고 시위 참가자 12명이 총격으로 다쳤다. 방송사 파키스타니TV 소속 운전사 무함마드 아미르 씨는 총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카라치에서는 경찰관 1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20일 유혈사태로 사상자 50여 명이 발생한 수도 이슬라마바드 봉쇄를 시도했다. 그러나 검문소 한 곳에 불을 지른 시위대가 앞세운 오토바이에 경찰 방어선이 무너졌다.

1억9000만 인구 중 97%가 이슬람교도인 파키스탄은 세계 이슬람권 분노 폭탄의 뇌관으로 주목받았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19일 무함마드의 나체 만화를 게재한 뒤 반서방 시위가 확대되자 파키스탄 정부는 21일을 ‘무함마드를 기리는 사랑의 날’로 정하고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극단적 폭력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파키스탄 TV 7개 채널에 ‘무지한 무슬림’이 미 정부와 무관하며 미국은 모든 신앙을 존중한다는 요지의 광고를 냈다. 이집트와 튀니지 정부가 반서방 시위를 금지하는 등 사태 수습 움직임을 보였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시에서는 이란 시아파 신도들을 포함한 3000여 명의 시위대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도 2000여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기도회 후 집회를 열고 미 국기와 오바마 인형을 불태웠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2000여 명의 시위대가 미 국기로 감싼 나무 관과 프랑스 국기에 불을 질렀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파키스탄#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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