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反이슬람 광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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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드는 야만’ 자극적 표현 다음주 지하철역 10곳 게시
친이스라엘 단체가 만들어… 市, 금지소송 패해 속수무책

서방과 이슬람권 갈등의 전선(戰線)이 서구식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 시로 번질 조짐이다. 뉴욕은 11년 전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붕괴시킨 ‘9·11테러’의 현장이어서 당국과 주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와 지역 언론 등은 뉴욕 지하철역에 조만간 ‘이슬람 성전(聖戰·지하드)’을 ‘야만적(Savage)’이라고 표현한 광고가 내걸릴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친(親)이스라엘계 단체로 알려진 미국자유방어구상(AFDI)이 게시할 예정인 문제의 광고는 상단에 ‘문명인과 야만인 간의 어떤 전쟁에서도 문명인을 지지하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아래에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지하드를 패퇴시켜라’라는 선동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아래쪽 문구 양쪽에는 유대교와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새겨져 있어 이슬람권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뉴욕 시 뉴욕교통청은 ‘사안이 민감하고 표현이 지극히 저속하다’는 이유로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AFDI는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7월 교통청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AFDI의 손을 들어줬다. 뉴욕교통청 에런 도너번 대변인은 “우리는 손이 완전히 묶인 상태”라며 다음 주에 뉴욕 지하철역 10곳에 광고가 게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AFDI는 워싱턴에도 같은 광고를 내보내려 했으나 현지 교통당국은 18일 “최근의 국제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안전이 우려된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한편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의 이슬람교 선지자 조롱 만평 파문도 커지고 있다. 주간지의 홈페이지가 19일 해킹으로 다운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교황청은 “만평이 미 영사관 피습 사건으로 일어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파리에 있는 ‘자유를 위한 시리아연합’이라는 단체는 “만평이 차별과 증오, 폭력을 선동했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19일 파리 인근의 한 유대인 가게에서 폭발물이 터져 4명이 부상했다고 프랑스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경찰은 ‘샤를리 엡도’의 만평에 대한 불만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범인을 찾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뉴욕#이슬람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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