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이 ‘유럽연방’의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새로운 EU 통합안의 골격을 내놓았다. EU 중앙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외교 국방 분야의 통합을 촉진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올해 초 출범한 EU 11개국 외교장관 모임인 ‘유럽의 미래그룹(FEG)’은 1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최근 9개월 동안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모인 EU의 중장기 통합 청사진을 12쪽 분량의 권고안에 담아 발표했다. FEG는 “유로존 위기는 EU에 신뢰의 위기를 가져왔으며 EU 집행위는 이런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더 크고 강력한 권한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1개국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사안도 있어 합의안이 아닌 권고안이 됐다. 참여국은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이다. 독일이 핵심 역할을 했다. EU 통합 진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영국은 처음부터 논의에서 빠졌다.
○ 집행위원장 직선, 만장일치제 폐지, 양원제로
권고안에 따르면 EU의 중앙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의 위원장을 직선제로 뽑고 집행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집행위의 분야별 대표(장관격)를 임명하도록 했다.
특히 회원국이 추가돼 28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 다수결로 주요정책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원칙인 현 의사결정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원제인 유럽의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의회에 유로존 17개국만의 별도 하부조직을 설치하자는 독일의 제안도 반영됐다.
EU집행위원장을 직선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다수결을 도입하려는 것은 유로존 위기 극복의 핵심인 ‘은행연합’의 출범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감독권 도입과 맞물려 EU를 정치 경제 연합정부로 가게 하는 결정적 디딤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EU경찰, EU군 창설
EU집행위에 설치된 유럽대외관계청(EEAS)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명실상부한 EU의 외교부로 만들자는 게 뼈대다. 집행위 내 다른 조직에 산재된 개발지원 에너지 무역 등 업무를 모두 이관해 EEAS가 EU의 대외정책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국방 관련 프로젝트와 방위산업 분야의 단일시장도 만들기로 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EU경찰과 EU군을 창설하기로 했다. ‘단일 유럽비자’ 도입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EU군 등 권고안의 상당 부분에 대해 영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도 일부 사안에서 독일과 견해차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번 권고안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임기 내 실시를 검토 중인 EU 잔류 관련 국민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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