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감시선 11척-日순시선 한때 대치 ‘일촉즉발 센카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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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수교 40년만에 최악 관계 치달아

중국의 어업감시선과 해양감시선이 18일 잇따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접속수역과 영해에 진입하면서 중-일 양국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일어난 반일 시위와 관련해 “일본은 중국 인민들의 자발적인 정의의 함성을 직시하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어선과 일본 해양순시선이 충돌했던 2010년보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충돌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에서는 이번 주말을 고비로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중국 이어 홍콩, 대만도 행동 통일

영토분쟁과 관련해 중화권 전체가 중국과 행동을 통일하고 있다. 일본과 가까웠던 대만의 어민 100여 명이 22일 센카쿠에서 야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어선 30여 척에 나눠 타고 섬에 도착해 3일 동안 머물 작정이다. 홍콩 활동가들도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하루 이틀 뒤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중국 선박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해상보안청 순시선 7척과 소형 어선을 추적할 수 있는 경비정을 동원했다. 방위성은 해상보안청의 능력을 넘어선 상황이 발생해 ‘해상경비행동’이 발령될 경우에 대비해 자위대 함정을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외무성 재무성 경제산업성 등 8개 성청의 차관급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파장을 분석한 뒤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했다. 하지만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센카쿠 열도에 경찰을 상주시켜야 한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 100여 개 도시 사상 최대 반일 시위

중국인들이 ‘국치’로 여기는 만주사변이 발발한 지 81년이 되는 18일 중국 100여 개 도시에서는 동시다발적인 반일 시위가 종일 벌어졌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양(瀋陽) 등 중국 곳곳의 시위대는 일본을 맹렬히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항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 훼손한 일본 국기와 노다 일본 총리의 얼굴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다만 이날 공안당국은 폭력행위를 처벌하겠다며 시위대를 강력하게 통제했다.

런민(人民)일보는 ‘중국은 댜오위다오를 수호할 자신감과 실력이 있다’는 제목의 평론에서 “현재의 중국과 81년 전 중국은 매우 다르다.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것이고, 대의명분도 중국 편이고, 시간도 중국 편이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대만의 유명 가수와 영화배우 등 260명도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에 항의하는 성명을 냈다.

일본에서도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중국 공관이 처음으로 공격받았다. 17일 오후 6시경 한 20대 일본인 남성이 후쿠오카(福岡)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 차를 세운 뒤 연막탄 두 발을 던지고 달아났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범인은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또 이날 도쿄(東京)의 러시아대사관 앞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자신의 차량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경찰은 이 남성이 러시아대사관을 중국대사관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본 경제에 악영향 전망

중-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일본 경제에도 주름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센카쿠 문제가 장기화하면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이날 전망했다.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장기화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 일본계 기업의 매출 부진과 이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가동 중단은 이날도 이어졌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실적 악화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일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일중경제협회 대표단은 안전상의 우려를 이유로 1975년부터 37년간 정기적으로 해오던 중국 방문 일정을 일부 취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400억 달러(약 380조 원) 규모의 중-일 경제교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 영해·접속수역 ::

영해는 영해기선에서 12해리(약 22.2km)까지의 해양으로 유엔해양법조약에 따라 한 나라의 배타적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접속수역은 영해에서 12해리(영해기선에서 24해리)까지의 해양으로 연안국이 범죄 예방을 위해 선박에 대한 검사 등 제한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일본#센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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