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점령은 끝나지 않았다” 1000명 집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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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맞아 美맨해튼서 시위 뉴욕증권거래소 점거시도… 경찰 현장봉쇄로 실패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날 미국 유럽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400여 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여져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9월 17일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를 시작한 시위대는 전 세계 동조시위를 요청했으며 각국 정부를 긴장시킬 정도로 많은 인파가 동조 시위에 참가했다. 세계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에서 빈부격차 해소와 거대 금융자본 철퇴 등을 슬로건으로 내건 사실상의 반(反)자본주의 시위의 반향은 컸다.

그리고 1년 뒤인 17일 월가에서 ‘그날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반 월가 시위대는 1주년을 기념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뉴욕증권거래소(NYSE) 점령에 재도전했다.

약 1000명이 참가한 이날 시위로 맨해튼 월스트리트는 출근 시간대부터 대혼잡을 빚었다. 뉴욕 경찰은 새벽부터 월가 시위의 진원지인 월스트리트와 월드트레이드센터(WTC) 바로 옆에 위치한 주코티 공원을 경찰 버스로 에워쌌다. 출근길 시민들에게는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시위대는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며 NYSE에 집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경찰의 방어벽에 막혀 실패했다. 시위대는 곳곳으로 흩어져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시위 1주년을 기념했다. 1년 전 시위를 상당 기간 방치했던 경찰은 이날은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위 참가자 150여 명을 연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특히 월가의 명물이자 주식 상승장을 뜻하는 ‘청동 황소(Charging Bull)’를 시위대가 훼손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이를 꽁꽁 에워싸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월가 시위대는 이날 NYSE 점거에는 실패했지만 시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지난해 겨울부터 급격하게 동력이 떨어지면서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월가 시위대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미 유권자들에게 위력을 떨쳤다.

월가 시위대는 지난해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해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조직화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월가 시위대 지도부는 이를 교훈 삼아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어젠다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컬럼비아대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 대선 후보들이 사회적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토론할 수밖에 없도록 시위대가 힘을 모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해 들은 적이 없으며 시위대는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캐나다에서도 월가 점령 시위 1주년을 맞아 오타와를 비롯한 주요 도시 17곳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시위대 지도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노조 지지자들이 가세한 이날 시위에서 시위대는 정부의 실업보험 및 노령연금 개혁 조치의 철회를 주장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월가 시위#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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