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또 실언… 표 떨어지는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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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지지하는 47% 미국인, 세금 한푼 안내며 정부 의존”
서민비하 동영상 공개돼 파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투표하는 47% 미국인이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의존하면서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자신들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5월 17일 플로리다 주의 보카러턴에서 투자회사인 ‘선캐피털 파트너스’의 마크 레더 최고경영자 자택에서 열린 기금모금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자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선거 자금 모금행사에서 오바마 지지층을 비하한 내용이다. 대통령 선거를 50일가량 앞둔 17일 좌파성향 잡지인 ‘마더 존스’의 홈페이지에 이런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몰래 촬영된 동영상을 잡지사에 전달한 사람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임스 카터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영상에서 롬니 후보는 “오바마에게 투표하는 47%는 정부가 건강보험과 음식, 주택 등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7% 미국인들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계층”이라고 강조했다.

롬니는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도 먹혀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나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지라고 설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기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바마 대통령을 찍을 국민 47%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중도 성향에 있는 5∼10% 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미국에 유럽식 사회주의를 도입하려 한다고 공개 유세장에서 비난했지만 부자들을 모아놓고 한 비공개 연설에서는 한층 적나라한 표현으로 이들을 도마에 올린 것이다. 또 가족들이 멕시코에 살았을 때를 떠올리면서 “내 아버지가 멕시칸 부모로부터 태어났더라면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쉬울 것”이라고 농담하는 장면도 동영상에서 공개됐다.

롬니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자극할 뿐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넓히는 대신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결구도로 삼겠다는 의도여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동영상 파문이 커지자 롬니는 17일 오후 10시에 캘리포니아 주 코스타메사에서 열린 기금모금 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우아한 표현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더 효과적이고 좀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캠프의 선거매니저인 짐 메시나 씨는 “미국인의 절반을 대놓고 무시하고 경멸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더 타임스는 롬니가 1억5000만 명의 유권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롬니#오바마#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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