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 美, 12·12 6년전에 이미 점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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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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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주한美대사 작성 문건 이건희 등 84명 차기리더 꼽아

미국은 1979년 12·12쿠데타가 발생하기 6년 전인 1973년 당시 제1공수특전단 단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이미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Potential Leader)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1972년 12월 18일 미 국무부의 지시를 받은 필립 하비브 당시 주한 미 대사가 작성해 1973년 3월 30일 본국에 보고한 8쪽짜리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 리스트 수정’이라는 제목의 비밀 전문에 실려 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지난달 20일 이 전문 사본을 입수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잠재적 지도자 명단에는 국회의원, 정부 관리, 언론계, 학계, 군부, 기타 등 총 6개 분야에서 84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군부 고위 장성급으로 서종철 당시 대통령비서실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강창성 육군 보안사령관, 진종채 육군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준장급인 전두환 단장이 지목됐다. 전문이 작성된 1973년에는 군부 내 쿠데타 모의 사건인 ‘윤필용 사건’이 터져 군부 비밀조직인 하나회가 위기에 처했지만 미국이 하나회 핵심 멤버인 전 전 대통령을 차기 지도자로 꼽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꼽은 언론계의 잠재적 지도자 8명 가운데 동아일보 김상만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 박권상 편집국장, 진철수 편집부국장 등 동아일보 출신이 무려 3명이나 포함됐다. 신범식 서울신문 사장, 신상초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31세이던 이건희 중앙일보 동양방송 이사는 잠재적 지도자에 오른 84명 가운데 최연소자였다. 미국은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후계자로 이맹희 씨 등 형들을 제치고 벌써부터 이 회장을 점친 셈이다.

당시 정치인 가운데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철승 김용태 박준규 조윤형 씨 등 20명이 포함됐으며 정부 관리 가운데는 노신영 김만재 이건개 강인덕 함병춘 씨 등 27명이 포함됐다. 종교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용 목사가 포함됐다. 학계에서는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차기 지도자로 꼽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한국차기인물#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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