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임무 띠고 온 48명 체포… 일부는 軍장교” 동영상 공개
이란은 “순례객들 피랍” 주장
5일 공개된 동영상 화면으로 시리아 반군을 상징하는 시리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자유 시리아군(FSA) 장교 복장의 남성이 이란인 납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남성 뒤로는 납치된 이란인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알아라비야 화면 캡처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들을 생포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 과격 단체가 반군으로 위장해 이란 민간인을 생포했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은 5일 시리아 최대 반군단체인 자유시리아군(FSA) 바라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반군 병사들이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소속 군인들을 생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날 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붙잡힌 이란인 48명은 정찰 임무를 띠고 다마스쿠스에 왔다. 이들 중 일부가 혁명수비대 장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앞서 4일 이란 파르스통신은 “다마스쿠스 서남부 교외의 시아파 성지를 찾은 이란 순례객 48명이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시리아 반군은 “(이란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계속 지원하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모든 이란인의 운명은 이들처럼 수감되거나, 죽는 것 중 하나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익명의 시리아 반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FSA와 전혀 관계없는 강경 수니파 이슬람단체 준달라가 자신들의 소행을 감추기 위해 동영상을 조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준달라는 이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이번 납치사건은 이란의 시아파를 목표로 한 것이다. 준달라는 시아파와 그 소수 분파인 알라위파에 적개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시리아는 각각 시아파와 알라위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그는 납치된 이들이 혁명수비대 일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만약 그렇다면 왜 위험한 공항도로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란은 시리아에 군대를 보내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지속적으로 부인해 왔다. 이란은 5일 48명의 석방을 위해 시리아 반군과 우호적 관계인 터키와 카타르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리아에서 이란인이 납치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시리아에서 순례객 엔지니어 등 모두 32명의 이란인이 납치됐으며 27명이 풀려났고 5명은 아직 붙잡혀 있는 상태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도에서 대규모 납치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사드 정권이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시리아 정권이 러시아에 차관과 연료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국영TV 진행자인 모함메드 알사이드가 지난달 중순 다마스쿠스 자택에서 납치돼 반군에게 처형당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최초의 우주비행사이자 군 조종사 출신 무함메드 아흐메드 파리스 장군을 포함해 핵심 인사들의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미 아사드 대통령 퇴진 이후 예상되는 시리아의 안보 공백과 혼란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SOHR는 4일 “시리아에서 지난달에만 총 4239명이 사망해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2만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엔은 3일 열린 총회에서 시리아 정부를 강하게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결의안 채택을 반대해 온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보리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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